매출 2.5조 올린 아산병원…현대重그룹 지배력 강화 뒷받침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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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소유 아산재단...실적 급증1977년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은 사재를 들여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세운다. 재단은 출범 직후 경북 영덕과 충남 보령, 전남 보성 일대에 병원을 설립한다. 이 병원들이 아산병원의 모태가 됐다. 이들 병원 가운데 서울아산병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병원에 오르며 작년 2조5000억원이 웃도는 의료수익을 거뒀다.
그룹 지주사 HD현대 지분 사모아
보유지분 1.92→2.67%...오너가 우호지분
오너 3세 정기선...증여세 부담 줄어드나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 지분도 증여받나
아산병원에서 수익이 나면서 재단의 재무구조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재단은 여유자금을 활용해 그룹 지주사인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사 모으고 있다. 오너 3세인 정기선 HD 사장이 재단을 승계 지렛대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8일 국세청에 따르면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지난해 사업수익(매출) 2조8347억원, 사업이익(영업이익) 1562억원을 올렸다. 2020년과 비교해 사업수익은 15.9%, 사업이익은 590.9%나 늘었다.
사업수익·이익이 급증한 것은 재단이 운영하는 아산병원 실적이 큰 폭 뜀박질한 결과다. 아산병원은 지난해 의료수익(매출)으로 2조5947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16.2%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해 말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이익잉여금은 1조1385억원,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6777억원에 달했다.
넉넉한 현금을 바탕으로 재단은 올들어 틈날 때마다 그룹 지주사인 HD현대 지분을 사들였다. 지난해 말 보유한 HD현대 지분이 1.92%(152만895주)에 머물렀다. 하지만 주식을 사 모으면서 최근 지분은 2.67%(211만2595주)로 확대됐다.일각에서는 아산재단을 활용해 오너 3세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그룹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산병원을 앞세운 아산재단은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 사장이 그룹을 지배하려면 HD현대 지분을 대거 확보해야 한다.
정 사장의 HD현대 지분이 5.26%에 그친다. 부친인 정몽준 이사장의 HD현대 지분은 26.6%에 달했다. 정 이사장의 보유 지분을 증여받으려면 과세율이 60%(할증률 20% 적용)을 적용받는다. 전날 종가를 적용한 정 이사장의 HD현대 지분가치는 1조3678억원에 달하는 만큼 단순 계산으로 증여세는 82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우호 주주인 아산재단이 지분을 확보하면 승계 기반도 굳어질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재단은 계열사 지분을 5%까지 보유할 수 있다. 이 지분을 오너일가 우호 주주에게 넘기는 등으로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익재단은 그룹 오너일가로부터 주식을 받을 경우 지분 5%까지 증여·상속세를 면제받는다. 이를 활용해 아산재단이 정 이사장으로부터 향후 이만큼의 지분을 증여받아, 정기선 사장의 우호 주주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