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내부망 불법접속' 박현종 bhc 회장 유죄…집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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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징역6월·집행유예 2년 선고치킨 프랜차이즈 bhc를 이끄는 박현종 bhc그룹 회장이 경쟁사 BBQ의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해 자료를 열람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정원 부장판사는 8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박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박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bhc 본사 사무실에서 BBQ 전·현직 직원 A씨와 B씨의 아이디, 비밀번호를 도용해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한 혐의로 2020년 11월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당시 박 회장은 사내 정보팀장으로부터 A씨와 B씨의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내부 전산망 주소 등을 받아 BBQ와의 국제 중재 소송에 관한 서류를 열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범행 특성상 직접증거가 없는 게 당연하고 검찰이 제출한 간접증거들을 보면 타인의 아이디와 비번을 무단 도용해 접속한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기업 분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 회장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의 경우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검찰은 지난 4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회장이) 명백한 증거를 두고도 법정에서 거짓 주장을 했다"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박 회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BBQ 측은 "기업을 책임지는 회장이 직접 해킹했다는 사실은 전례 없는 일로 bhc와 박 회장은 도덕적 비난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수년에 걸쳐 박 회장과 bhc가 자행한 불법 행위 중 극히 일부지만 비로소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BBQ와 bhc는 BBQ 자회사였던 bhc가 매각된 2013년 이후 10여 건에 달하는 소송전을 벌여왔다. BBQ는 2013년 자회사였던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CVCI(현 로하틴)에 매각, BBQ 해외사업 부문을 맡았던 박현종 부사장(현 bhc그룹 회장)이 bhc를 이끌게 됐다.소송전은 매각 이듬해 CVIC가 국제상공회의소(ICC)에 BBQ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BBQ가 가맹점 수를 부풀려 bhc를 매각했다는 게 CVIC 측 주장이었다. ICC는 이 같은 bhc 측 주장을 받아들여 2017년 BBQ에 약 98억원의 배상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BBQ는 가맹점 수를 부풀린 책임이 박현종 회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중재 이후 bhc와 BBQ는 회사 및 개인을 상대로 10여 건의 법적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