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넘버 3'서 넘버원 된 송강호…"거장의 페르소나? 평범하게 생긴 덕"

'브로커'로 칸 남우주연상 받은 배우 송강호

데뷔 31주년 맞아 받은 칸 연기상
"트로피보다 관객과 소통이 목표"

칸 수상후 대중의 기대감 커져
"일희일비 안해…부담 이겨낼 것"
‘칸의 수상 요정.’

요즘 배우 송강호(사진)에게 새로 생긴 별명이다. 그가 출연한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들, 그리고 본인까지 모두 수상의 영광을 안았기 때문이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년)에선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년)는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년)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올해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본인이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송강호는 8일 화상 인터뷰에서 새로운 별명 얘기가 나오자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게요. 계속 상을 받게 돼 행복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감독님들의 성과이고 저는 운이 좋아 같이 간 것뿐입니다.”

그는 오랜 시간 감독과 작품을 빛나게 하는 배우로 평가받아 왔다. 이로 인해 오히려 칸에선 연기상 수상이 늦어지기도 했다. 한 영화에 작품상과 연기상을 동시에 주지 않는 영화제의 원칙 때문이다.

“영화제나 트로피가 영화의 목적이 될 순 없어요. 영화는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입니다.”올해로 데뷔 31주년을 맞은 송강호는 영화 ‘넘버 3’(1997년)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살인의 추억’ ‘괴물’ ‘기생충’ 등에 출연하며 흥행을 이끌었다. 이번에 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브로커’는 8일 한국에서 개봉했다.

이 영화에선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훔쳐다 아이가 필요한 부부에게 판매하는 브로커 상현 역을 맡았다. 송강호는 ‘생활 연기’라고 불릴 만큼 특유의 자연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모습으로 상현을 연기했다. 그러면서도 미혼모 소영(이지은 분)을 만나 조금씩 변해가고 흔들리는 모습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이 과정에서 상현은 다층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스스로 ‘선의의 브로커’라고 여기지만, 선과 악이 혼재돼 있다.

“스스로도 상현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거나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의 과거나 미래가 어찌 됐든 저 자신도 알 수 없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죠.”송강호는 국내외 대표 감독들의 ‘페르소나(감독을 대변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배우)’로 꼽히기도 한다.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감독 등의 주요작에 출연했고, 이번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감독과 작업했다. 그는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는 비결에 대해 “잘생기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웃었다.

“영화는 우리 자신과 이웃을 표현하고 연구하는 작업이에요. 그러다 보니 감독들이 송강호처럼 평범하게 생긴 배우를 통해 우리의 삶을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요.”

칸 수상으로 더욱 높아진 대중의 기대치에 대해선 담담하게 말했다. “극복하는 방법 자체는 없는 것 같아요. 스스로 이겨내야죠. 배우라는 직업이 단거리 주자처럼 아주 짧게 결과를 내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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