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에도…코인 공시는 '장밋빛' 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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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암호화폐 시장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가 178개 코인을 상장하는 동안 투자 위험성을 알린 공시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 소개 수준에 그친 분석 보고서만 51건 올려놨을 뿐이다. 암호화폐 평가업체 쟁글에 평가와 공시를 위탁하는 빗썸과 코인원, 코빗, 고팍스도 개별 코인의 투자 위험성을 나타내는 신용등급 평가는 거의 없었다. 이들 거래소가 총 600여 개의 코인을 상장해놓고도 투자 위험성을 알려야 하는 책임을 등한시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거래소, 600여개 코인 상장
투자 위험성 알린 공시 全無
신용등급 평가 대부분 없어
8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에 상장된 코인은 178개, 이 중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직접 코인을 소개한 보고서는 51건이다. 코인원은 ‘가상자산 명세서’란 이름으로 175개 코인을 설명하는 보고서를 게시해놨다. 쟁글은 상당수 상장 코인에 대해 위험요인을 반영한 신용등급 평가를 하지 않았거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령 시가총액이 10조원에 달하면서 구조가 테라와 똑같아 폭락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받는 트론은 신용등급이나 평가서 자체가 없다.
보고서의 질도 문제란 지적이다. 개별 코인을 만든 목적과 구조, 프로젝트팀 등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전부다. 가령 업비트는 루나 폭락 사태가 터진 이후 66% 떨어진 암호화폐 스테픈에 대해 “사용처를 늘려 생태계 서비스를 확장해나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적어놨다. 업비트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프로젝트팀이 홍보하려고 올려놓은 마케팅용 트위터를 통해서만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루나 폭락 사태와 같은 손실 가능성을 경고하기 위해 투자 위험요인 공시를 의무화한 거래소는 없다. 업비트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상장된 모든 코인에 대해 분석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라며 “기존 보고서도 보완하겠다”고 했다.거래소들은 상장 당시 코인 발행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서 이행 현황을 공개하는 ‘마일스톤 공시’를 의무화하지도 않았다. 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한 개인투자자나 기관투자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블록딜을 통해 시장에 코인이 대량으로 풀려도 투자자들은 이런 사실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 가령 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는 2019년 해시드와 바이낸스, 두나무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초기투자를 받으면서 보유 비중을 공개하지 않았다. 루나 2.0 발행 시 확인되지 않은 소수 초기투자자 중심으로만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만큼 그에 따른 투자자 보호도 유가증권시장에 준하는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