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9% 떨어질 때…롱쇼트펀드 '꿋꿋'

매수·매도 포지션 '양방향 투자'
시장 상황 관계없이 성과 내
1년 만에 투자금 1350억 유입
'신한코리아' 수익률 16% 달해

전문가 "무늬만 롱쇼트상품 주의"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펀드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 등 복잡다단한 대내외 변수로 예측 불가능한 장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최근 1년 새 1350억원 순유입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롱쇼트펀드(공모펀드 기준)에 1350억원의 투자금(7일 기준)이 순유입됐다. 최근 6개월 동안에만 484억원이 들어오는 등 유입세가 지속되고 있다. 공모주, 인프라 등 다른 테마형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추세와 대비된다.연간 수익률은 1%로 같은 기간 19% 빠진 코스피지수를 크게 앞서고 있다. 하락장에서 돈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주식형 펀드(-11.6%), 해외 주식형 펀드(-11.3%), 4차산업 펀드(-19.8%) 등 다른 펀드는 대부분 두 자릿수 손실을 내고 있다.
증권가에선 최근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기존 매수 전략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롱쇼트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이 급락할 때 공매도를 통해 추가 수익을 내거나, 롱포지션에서 나오는 손실을 줄이는 ‘양방향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롱쇼트펀드는 주가 상승 또는 하락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좇는 펀드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는(long) 동시에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미리 팔아(short) 수익을 낸다.

신한·마이다스 수익률 15%

양방향 투자를 하는 롱쇼트펀드는 수익률 자체는 높지 않다. 통상 연 5% 안팎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시장을 양방향으로 잘 예측할 경우엔 높은 수익을 내기도 한다.

수익률 기준 1위는 신한코리아롱숏펀드다. 최근 1년간 15.9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지난 3~5월 엔터테인먼트주에 롱포지션을 잡고, 정보기술(IT) 하드웨어와 금융주는 공매도했다. 이 기간 엔터주가 상승하고 나머지 두 업종이 하락하면서 큰 수익을 올렸다. 이정순 신한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팀장은 “최근 1년간 올랐던 금융주의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쇼트 포지션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마이다스거북이90펀드도 최근 1년 수익률이 15.91%에 달한다. 이 펀드는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혔던 2013~2015년 인기를 끈 롱쇼트펀드다. 같은 업종 내에서 저평가 주식을 매수하고 고평가 주식을 공매도하는 ‘펀더멘털 롱쇼트전략’으로 운용된다. 거북이펀드는 롱쇼트 비중에 따라 4개의 세부 상품으로 나뉜다.

“롱쇼트펀드는 양날의 검”

전문가들은 롱쇼트펀드는 좋은 상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예측을 바탕으로 롱·쇼트 두 포지션을 기민하게 조정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상승장에서 공매도에 집중하면 높은 수익률을 놓칠 수도 있다.

공매도를 잘못하면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매니저들이 쇼트스퀴즈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쇼트스퀴즈란 예상 못한 주가 상승으로 공매도 투자자가 막대한 손실을 보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상품에 따라 전략이 차이나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늬만 롱쇼트일 뿐 실제로는 다른 방식으로 운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상당수 롱쇼트펀드는 ‘롱바이어스드(매수 비중 큰 전략)’를 써서 하락장에서 낮은 수익률을 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