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의 법경제학자의 눈] 마이데이터는 종합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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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업에 유익한데 왜 활성화 안되나21세기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의 하나는 데이터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개인정보 유형의 데이터다. 최근 관심을 받는 마이데이터 제도가 이상적으로 구현된다면 데이터 시대의 꽃이라고 불릴 것이다. 마이데이터 제도란 개인에게 데이터 이동권을 부여해 자신에 관한 데이터의 제공·이용 등을 각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기술 인프라 등 해당 영역 전문성 필요
이해관계자들 소통과 조율은 더 중요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제도를 통해 개인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적극적인 행사가 가능해지고, 본인이 원하는 상황에서 원하는 만큼 개인정보가 이용될 수 있도록 통제할 수 있다. 한편 기업이나 공공 서비스 제공 맥락에서는 마이데이터 제도를 통해 다양한 개인으로부터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로부터 풍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금융 영역과 공공 영역에 마이데이터 제도가 도입돼 있다. 아직 본격적인 시행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마이데이터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어서 제도 운용 자체로 상당히 주목할 만한 위치에 있다. 작년에 마련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는 개인정보 전송 요구권에 관한 조항이 담겨 있기도 하다.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마이데이터 제도에 대한 더욱 본격적인 관심이 표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마이데이터 제도는 얼핏 생각하면 개인에게도 유용하고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제도인데 왜 진작 활성화되지 않았을까. 데이터와 관련된 많은 이슈가 그렇듯 이 제도에 관한 논의도 결국 디테일에 있다. 마이데이터 제도의 구체화를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기술적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에 더해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소통과 이해관계 조율이 필수적이다. 어쩌면 그러한 소통과 조율 과정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일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과 기업, 사회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를 마련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부작용이 불거져 반쪽짜리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마이데이터 제도는 종합예술이다.
소통과 조율이 왜 중요한지 한 가지 구체적인 예를 통해 생각해 보자. 실제로 데이터가 이동할 수 있으려면 이동 가능한 데이터 종류와 이동 방식이 정해져야 한다. 마이데이터 제도가 공식화하기 전에는 ‘스크레이핑’이라는 방식이 부분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스크레이핑은 이용자를 대신해 온라인 로그인을 한 뒤 원하는 정보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방식은 무질서하고 보안에도 취약할 수 있다는 논란이 벌어지면서 데이터 이동 절차의 정비와 표준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이 논의 과정에서 API라는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는 방식이 스크레이핑의 대안으로 도입됐다. API는 규격화와 표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데이터를 전달받을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전달받을 수 있는 데이터의 종류·내용·포맷 등 여러 세부 사항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세부 사항들을 정하는 과정은 논의 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데이터 이동을 통해 정작 개인은 수동적인 존재로 변모하고 결국 프라이버시에 악영향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에 관한 문제의식도 주기적으로 제기된다. 한편 최근에는 API 방식의 경직성을 지적하며 스크레이핑 방식을 명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수많은 세부 사항을 정해가는 과정은 해당 영역에 대한 전문성과 애정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또한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대한 섬세한 고려와 이를 반영한 지속적인 소통과 조율을 요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마이데이터 제도를 제대로 정비해낸다면 우리나라가 진정한 데이터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