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사람책' 한 권을 읽는 일[책X책]

기자들이 추려낸 인터뷰집

최근 출간된
故 변희수 하사 마지막 인터뷰 담겨
'책X책'은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책, 저자·출판사 등은 달라도 곁들여 읽으면 좋을 책들을 소개합니다.
올해 2월 서울 신촌에서 열린 고(故)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 문화제에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꽃과 사진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신문사 기자는 때로 한 사람의 일생을 요약하는, 불가능한 목표를 향해 인터뷰 기사를 써내야 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머릿속에는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이 스쳐간다. 길고 긴 퇴고 과정을 거쳐 기사가 나온 후에도 숙제는 남는다. 쏟아지는 뉴스들을 헤치고 이야기가 당신에게 가닿는 것.
최근 출간된 <각별한 당신>(사이드웨이)는 김종철 전 기자가 쓴 인터뷰집이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인터뷰이들이 어렵게 들려준 자신들의 내밀하고 고유한 이야기들이 매일매일 쏟아지는 뉴스와 다른 많은 이야기들에 금방 파묻혀 버리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책은 이들의 목소리에 새삼 귀기울일 수 있는 기회다.

스무 명의 인터뷰를 추려 담았다. 이들이 특히 '각별한' 건 '나답게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내가 나로 살기 위해 일생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 최초의 성전환 커밍아웃 군인인 고(故) 변희수 하사, 성폭행을 시도하는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한 뒤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한 최말자 씨, 농악을 타악 4중주로 재탄생시킨 '영원한 광대' 김덕수 씨… 책은 세상의 압력이나 관성에 맞선 스무 사람의 목소리를 전한다.

대부분의 인물은 책 출간을 계기로 새로 인터뷰해 대폭 보완했다. 군의 강제전역 조치 이후 지난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변 하사는 추가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변 하사 사망 약 6개월 뒤 법원은 군의 전역 조처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사람책'을 더 읽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김지수 기자가 쓴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자존가들>(어떤책)도 함께 읽어볼 법하다. 故 이어령 선생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를 했던 바로 그 기자의 인터뷰 기사들을 모은 책이다. 배우 윤여정, 배우 김혜자,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미술사학자 유홍준 등 일과 삶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통찰을 빛내는 이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