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강타하는 '여행곗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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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크루즈유럽 여행객들에게 ‘소수 마니아들의 여행지’로 꼽히던 북유럽은 이제 1순위 여행지로 떠올랐다. 얼마 전 한 여행사가 내놓은 북유럽 4개국 크루즈 상품은 70분 만에 26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여행 자금’이 2년간 두둑이 쌓인 덕에 높은 가격대인 북유럽 여행을 떠날 여력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대표 기항지 4곳
'노르웨이의 부산' 베르겐
알록달록 목조 건물에…대구 요리 일품
베르겐은 노르웨이 제2의 도시이자 항구도시인 덕분에 종종 부산에 비유되곤 한다. 이곳은 12세기부터 400여 년간을 노르웨이 수도이자 북해·발트 연안 도시들의 ‘한자동맹’ 중심지로 활약한 화려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상인들이 머물던 건물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뾰족한 삼각형 지붕의 목조건물이 60여 채 늘어선 풍경이 이채롭다. 베르겐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푸니쿨라를 타고 플뢰엔산에 오르는 것. 정상에 서면 발밑으로 브뤼겐 지구의 알록달록한 지붕, 북해의 푸른 바다와 수면 위를 점점이 수놓은 크루즈선과 요트, 항구가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베르겐의 명물 대구 요리와 맥주를 즐기며 낭만적인 밤을 즐겨보자.14개 섬으로 이뤄진 스톡홀름
'살아있는 박물관'…감라스탄 구시가지 주목
스웨덴의 14개 섬으로 이뤄진 도시 스톡홀름의 별명은 ‘북구의 베네치아’다. 운하와 고풍스러운 건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그 자체로 장관이다. 그러나 스톡홀름의 진가를 보려면 구불구불 골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감라스탄 구시가지가 그곳이다. 13~16세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여전히 보존돼 있는 골목을 걷다 보면 마치 역사의 한 장면 속으로 떠나온 듯한 착각이 든다. 13세기, 요새로 지어졌으나 왕궁으로 역할이 바뀐 특별한 역사의 스웨덴 왕궁 대성당은 시간 여행의 정점. 그중에서도 왕관과 보물 등 화려한 유물을 전시한 ‘보물의 방’은 놓치지 말 것. 대성당, 노벨박물관 등 명소들도 인접해 있어 기항지 여행으로도 둘러보기 충분하다.세계인 입맛 잡은 코펜하겐
'50대 베스트 레스토랑'…1·2위 둥지
음식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올인클루시브’가 크루즈 여행의 묘미이기는 하지만, 코펜하겐으로 향하는 날만큼은 배를 비워 두자.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뉴 노르딕 퀴진’ 트렌드를 이끄는 곳이 바로 덴마크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스타 셰프 르네 레드제피가 이끄는 레스토랑 ‘노마’가 있다. 미식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다섯 번이나 1위를 거머쥔 식당으로, 이곳 덕분에 덴마크 관광객이 11% 증가했을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하다. 2021년에는 노마에 이어 ‘제라늄’까지 코펜하겐의 레스토랑이 1, 2위를 차지하며 세계 미식 중심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 소식에 귀가 솔깃한 ‘푸디’라면 ‘코펜하겐 쿠킹·푸드 페스티벌’ 기간에 맞춰 여행 일정을 짤 것. 매해 여름 도시 전역에서 열리는 미식 페스티벌로, 올해는 8월 19일부터 열흘간 개최된다.'북유럽 디자인 수도' 헬싱키
한국인이 사랑하는 브랜드…디자인 부티크 즐비
헬싱키에서는 화려했던 중세의 영광에 눈 돌릴 틈이 없다. 이곳의 자부심인 ‘디자인’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실용적이면서 간결하게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북유럽 디자인’의 수도로 꼽히는 곳이 바로 헬싱키다. 1917년, 러시아의 오랜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핀란드는 도시 재건 임무를 전적으로 디자이너들에게 맡겼다. 이 과정에서 핀란드의 자연 환경과 정체성을 미니멀하게 담아낸 특유의 디자인이 탄생했다. 북유럽 디자인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헬싱키 디자인 스트릭트로 향해 보자. 25개 거리에 갤러리, 인테리어숍, 부티크 등 200개 이상의 디자인 상점이 몰려 있는 곳으로 마리메코, 이딸라 등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도 만나볼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시립미술관 ‘아모스 렉스’, 도서관 ‘오디’ 등 공공 건축물도 남다른 감각을 뽐내서 눈이 즐겁다. 김은아 여행팀 기자김은아 여행팀 기자 e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