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는 평창·청운동…전세는 '거래 절벽'

현장레이더

대통령 떠난 청와대 일대

고도제한 완화 개발 기대에
신분당선 연장 등 교통 호재
롯데낙천대 1년새 4억 '껑충'

대통령 집무실 용산 옮겨가자
수요도 공급도 사라진 전세

청와대 개방…관광객은 북적
중저가 식당으로 상권도 재편
청와대 이전으로 서울 평창동, 청운동의 전월세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매매 호가는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신분당선 연장 등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신고가 거래된 평창동 롯데 낙천대 아파트 전경. 박종필 기자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으로 가면서 전세 손님이 뚝 끊겼습니다. 공인중개사들도 일감이 없어 가게 문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청운동 A공인)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겨간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청와대 ‘뒷동네’인 청운동, 평창동 일대 부동산시장의 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관광객 등 유동인구는 크게 늘었지만, 청와대 직원과 관계자들의 주거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전세를 찾는 수요가 급감하자 집주인들은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반면 매매시장은 청와대 이전에 따른 규제 완화 기대에 호가만 오르고 있다.

○전세는 거래 절벽, 매매는 신고가

9일 찾은 청와대 인근 공인중개업계는 정적이 흘렀다. 거래가 끊기자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여 나온 물건이 드물었다. 청와대 시절 경호처와 일부 비서관·행정관 등의 선호 거주지는 종로구 평창동, 청운동 일대였다.주거단지가 잘 형성돼 있고 버스 세 정거장 혹은 차량 5분 이내 거리에 세검정초등학교 통학이 가능해서다. 평창동, 청운동 주요 단지에서 청와대 직원 업무동인 여민관까지는 5㎞ 정도로 차량 10~15분이면 출근이 가능하다. 고도제한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적용된 탓에 종로구에서 5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평창동과 청운동 주거단지에 사람이 몰린 이유다. 청와대의 각종 행사와 이벤트 수요를 감당하던 업체들도 종로 일대에 산재해 있어 잠재 주거 수요가 풍부했다는 게 이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평창동 B공인 관계자는 “청와대가 사라지면 규제완화 기대 때문에 부동산 거래가 더 활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막상 떠나고 보니 거래가 크게 줄었다”며 “전세를 찾는 사람이 없으니 집주인들도 물건을 거둬들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지역 전세 거래는 거의 끊긴 상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벽산평창힐스 아파트의 전세는 전용면적 155㎡가 지난해 8월 6억3000만원에 거래된 게 마지막이다. 평창동에서 가구수가 가장 많은 단지인 롯데 낙천대(156가구)는 지난달 전용 110㎡가 8억3000만원에 전세 거래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반면 매매는 거래 자체가 뜸하지만 중대형 면적을 중심으로 간간이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롯데 낙천대는 지난달 전용 133㎡가 1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84㎡는 10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벽산평창힐스도 지난 3월 전용 150㎡가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평창동 고급주택 매매를 알선해온 오종헌 제일부동산 대표는 “청와대 이전 후 거주 수요가 확실히 줄었는데도 집주인들이 매매 호가를 계속 올린다는 게 이 지역의 특징”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고도제한 완화에 따른 재개발·재건축 기대와 신분당선 상명대입구역 같은 교통 호재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광객 넘치는데 고급 식당은 찬바람

상권은 희비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서촌 일대 맛집들은 10m 이상 대기 줄을 형성한 곳이 적지 않았다. 반면 메뉴 단가가 비싼 청운동, 삼청동 등지의 고급 레스토랑과 식당들은 예전보다 손님이 줄었다.청운동 C한정식집 관계자는 “청와대 시절에는 하루 전 예약이 거의 불가능했을 정도로 점심과 저녁 손님이 꽉 들어찼지만 지금은 전날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손님이 줄었다”며 “체감상 매출이 3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 관계자는 “고위 관료들을 만나려면 이제 용산으로 가야 해 청와대 인근 식당엔 더 이상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 일대 상권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중저가 메뉴가 중심인 대중식당은 관광객 특수로 호황을 누리지만, 손님 접대와 회의를 겸한 ‘관공서 손님’ 비중이 큰 고급 식당은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