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당분간 물가에 중점"…금리 인상 시사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작아"
한국은행이 9일 “당분간 물가에 더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한은이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한 내용과 배경, 향후 정책 방향을 담은 보고서다.한은은 보고서에서 “환율의 물가 전가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에 미치는 영향에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환율 상승기인 2020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은 183원으로, 하루평균 0.51원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에는 하루 1.15원씩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상승 속도가 빨랐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물가는 0.0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3.8%)의 약 9%(0.34%포인트)는 환율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기대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심리)의 상승도 또 다른 물가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최근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경제 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이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고, 앞으로 그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한은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2분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크게 완화되면서 대면 서비스 소비 등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수출은 둔화하겠지만, 민간소비는 예상보다 좀 더 견조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 부총재보는 한은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현재 생각으로는 0.25%포인트씩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