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연대 파업, 경제적 손실과 피해 끝까지 책임 물어야

화물연대는 노조 아닌 자영업자 단체
파업이 아니라 집단 운송거부일 뿐
정부, 확고한 법 집행 원칙 사수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운송 거부에 나선 지 만 사흘이 지나면서 전국 산업 현장이 아수라장이다. 완성차·레미콘 공장이 멈춰 서고, 부산·인천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줄어든 데 이어, 어제는 반도체 원료업체 운송까지 봉쇄될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말로 다가온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을 그대로 시행하지 말고 더 연장해 달라는 게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요구가 얼마나 적정한 것인지, 안전운임제는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화물차주는 근로자 신분인지,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 복잡한 사정을 들여다봐야 이번 사태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먼저 화물연대는 노조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설립필증을 교부한 공식 노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운송회사와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화물차주)들의 권익단체일 뿐이다. 택배기사와 대리점 관계처럼 화물차주도 운송회사와 개별적 계약을 맺는다. 화주(貨主)가 고용하고, 화물차주가 고용당하는 게 아닌 것이다. 일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라고 볼 수는 있다. 다만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원이어서 노조라는 착시를 일으킨다.

현행 노동법에선 특고는 사측과 직접 협상을 벌일 수 없다. 지난겨울 민노총 택배노조의 장기 파업과 CJ대한통운 불법 점거는 택배비 인상분 배분 협의가 표면적 갈등 요인이었지만, 결국 CJ대한통운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속내가 작용한 것이었다. 화물연대 실력행사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나 포스코 같은 화주를 운임료 협상 테이블에 직접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화물연대가 노조가 아니기에 파업도 노동법상 보호받는 파업이 아니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집단운송 거부’라고 하는 이유다. 불법 여부는 화물연대 소속원들의 개별 행위에 달렸다. 그제 경찰에 체포된 19명은 운행 중인 화물차를 막거나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화물연대 사태는 길게 보면 문재인 정부 때 특고 등의 근로자 성격을 폭넓게 인정해주고, 단체행동엔 미온적으로 대처한 게 원인이다. 대법원 판례는 특고나 하청기업 근로자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업체를 사용자로 보지 않았는데, 이와는 정반대의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혼란을 야기한 게 사실이다. 이런 흐름에서 화물차주에 대한 일종의 최저임금 격인 안전운임제가 2018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2020년부터 시행됐다. 그 일몰 시한이 올해 말이다. 낮은 운임에 따른 운송서비스 품질 저하, 과속 및 과로에 의한 사고 발생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과 비용 상승에 대한 화주들의 우려를 절충한 방안이었다.하지만 그 효과는 아주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운임제 시행 전인 2019년 월평균 201만원이던 시멘트 차주의 순수입은 2년 뒤인 작년 424만원으로 110.9%나 증가했다. 시멘트 회사들의 물류비 부담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화물연대 홈페이지엔 ‘안전운임 계산기’란 창이 있을 정도로 할증과 추가비용 산식이 복잡하다. 컨테이너 화물차주가 하루 12시간 이상 운행하는 비율은 2019년 29.1%에서 2020년 1.4%로 줄었지만, 사업용 특수자동차 교통사고 건수는 같은 기간 2.5% 감소(1092건→1065건)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화물연대는 이런 제도의 적용 대상을 현행 컨테이너·시멘트 화주에서 철강·일반화물·유통·택배 등 다른 차종과 품목으로 대폭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전형적으로 “나만 살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국가 기간사업장을 마비시키고 경제적 피해를 키우는 식의 집단행동은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작태다.

정치권도 이 문제에 섣불리 개입해서는 안 된다. 2013년 말 수서발 KTX법인 설립 문제로 시작된 철도노조 불법 파업이 20일 넘도록 이어지면서 많은 국민이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 명분 없는 장기 파업으로 궁지에 몰린 노조를 구해준 것은 엉뚱하게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의 김무성 의원이었다. 정부를 제쳐놓은 채 노사 대표들을 임의로 만나고, 공사 측에 정치적 타결을 종용하면서 노사관계에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 정부는 확고한 법 집행과 함께 이번 파업 사태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과 재산 피해에 대해서는 관련 기업들과 함께 끝까지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