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돌아본 용산공원…"서울 한복판에 옮겨놓은 美전원도시"

10~19일 시범개방 앞서 기자단에 공개…"대통령 집무실 정면에서 보여"
"미국의 작은 전원도시를 서울 한복판에 옮겨놓은 느낌이네요. "
120년 가깝게 금단의 땅으로 여겨지던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가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국민 품에 돌아온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9월 용산공원 임시개방에 앞서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 동안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용산공원 부지를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한다.

이번 시범 개방 대상은 대통령 집무실 남측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 구간으로,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지역이다. 시범 개방 기간 매일 5차례 500명씩 하루 2천500명의 방문객을 받고, 이 가운데 일부에게는 대통령 집무실 앞뜰 관람도 허용된다.

국토부 출입기자단은 시범 개방에 앞서 지난 7일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관계자와 문화해설사 등과 함께 이번에 개방되는 용산공원 부지를 미리 돌아봤다.

현장 투어는 신용산역 인근에 있는 '14번 게이트' 앞에서 시작됐다. 이곳은 시범 개방에 참여하는 국민들이 이용하는 관문으로 사용되는 포인트다.

이곳과 국립중앙박물관 북측에 총 2개의 입구가 마련된다.
14번 게이트는 용산기지에 있는 21개 게이트(문) 가운데 하나로, 일제강점기에는 조선군사령부의 출입문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일제가 조선군사령부로 사용하던 건물은 이후 미 7사단과 한국군 육군본부 등으로 활용됐으며 한국전쟁 이후 다시 미군이 사용했다.

김현기 문화해설사는 "우리의 굴곡진 역사를 대변하는 건물"이라고 전했다.

14번 게이트는 120년 가까이 일반인의 통행이 금지되던 닫힌 문이었지만, 이번에 국민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이 활짝 열린다.

용산공원이 조성된 이후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가장 가까운 출입구가 된다.

시범 개방 관람 코스도 14번 게이트에서 시작해 용산기지 좌우로 난 '미8군로'를 따라 짜였다.

14번 게이트로 들어서서 가장 처음 만나는 곳은 미군 장군숙소 부지다.

장군숙소는 미7사단 사령부가 사용하던 숙소로, 오키나와에 있던 미7사단이 패망한 일본군의 무장해제와 항복 접수를 위해 주둔했던 공간이다.

관람로를 따라 걸으니 양옆으로 작은 마당이 딸린 붉은색 지붕의 단층 단독주택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 미군 장군 가족들이 실제로 거주하던 공간으로, 지금은 모두 비어있는 집이다.

장군숙소 일대는 길옆으로 고풍스러운 향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미국의 작은 전원도시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눈을 들어보면 용산의 마천루들이 눈에 들어와 대비됐다.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공간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군숙소 관람로를 따라 미국식 소화전과 나무로 만든 전신주 등 이채로운 볼거리도 눈에 들어왔다.

투어 내내 귓가에는 새소리가 들려 미래 용산공원으로 조성됐을 때의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었다.

장군숙소 일대를 한 바퀴 돌고 관람로를 따라 내려오니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이번 시범 개방 기간에 방문할 시민들을 위해 쉼터로 꾸민 공간이다.
장군숙소 부지에서 나와 용산기지 내부를 좌우로 관통하는 미8군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니 야구장 부지가 나왔다.

이곳은 대통령 집무실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곳으로, 기자들 사이에서도 "사진으로만 보던 대통령 집무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다만 기대했던 것보다 대통령 집무실과는 거리가 좀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야구장 앞에는 약 6m 높이의 전망대도 마련됐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용산공원의 모습이 눈에 더 잘 들어왔고, 대통령 집무실 앞뜰도 잘 보였다.

대통령 집무실이 보이는 야구장 앞 부지에는 이미 태극기가 그려진 흰색 바람개비가 수백 개 설치돼 관광 명소 같은 느낌이 났다.

바람정원이라고 이름 지어진 이 공간은 뒤로 대통령실 건물이 보여 관람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소로 인기가 있을 것 같았다.

시범 개방 기간 이곳에서는 선착순으로 대통령실 앞뜰 투어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선정된 사람은 대통령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대통령실 앞뜰에 설치된 경호 장비도 관람할 수 있다.

아직 헬기와 경호차량 등 장비는 전시되지 않은 상태였다.

야구장 앞에서는 10일과 15일 오후 2시 의장대 공연도 진행될 예정이다.

시범 개방을 축하하는 의미로 준비된 행사라고 한다.

야구장 부지를 지나자 지난해 미군이 반환한 스포츠필드가 나왔다.

이곳은 미군의 스포츠 시설이었고, 과거 국가대표 등 한국 선수들의 훈련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선수촌에 냉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던 시절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1967년 세계 여자농구 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국가대표 여자농구팀도 이곳에서 연습했다고 한다.

스포츠필드에 있는 야구장과 축구장 등의 시설은 기존의 사용된 공간의 성격을 살려 축구, 야구 및 야외공간으로 조성돼 국민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스포츠필드 앞에 있는 주차장은 미군기지로 사용되던 시기 추수감사절이나 미국독립기념일 등에 다양한 행사 공간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이 공간은 시범 개방 행사 때도 소규모 공연 장소나 피크닉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푸드트럭이 배치되고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시범 개방을 통해 입장한 시민은 2시간 동안 관람객 동선을 따라 용산공원 부지를 돌아보게 된다.

공원 곳곳에는 붉은색 '경청 우체통'이 설치돼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국민의 의견도 받는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실을 직접 볼 수 있어 이미 관람객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복환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9월 임시개방에 앞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번 시범 개방 행사를 기획했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오염 문제와 관련해선 2시간 관람으로는 인체에 전혀 유해하지 않다는 결과를 받았다. 마음껏 즐겨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