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레고' 가격 대폭 인상…사재기에 벌써 제품 동났다

올 8월 레고 가격 25% 인상
국제 유가 불안정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취미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 ‘키덜트(키즈+어덜트)’의 인기 장난감인 레고(LEGO) 가격이 오는 8월 대폭 인상된다. 레고그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물류비 부담을 제품 가격에 대거 반영했다.

레고가격 대폭 인상

10일 완구업계에 따르면 레고그룹은 오는 8~9월에 전체 상품의 25%인 105개 제품 가격을 최대 25% 인상한다. 장난감 세트마다 차이가 있으나 고가 인기 제품일수록 인상 폭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레고 마니아 사이에서는 “바퀴 달린 상품은 전부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 상품 위주로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자동차 모형의 레고 ‘포르쉐911’과 ‘애스턴 마틴’ 제품은 오는 8월 25%씩 가격이 올라 각각 169.99유로(22만4000원)와 24.99유로(3만3000원)에 책정됐다. 또 다른 인기 모델인 ‘닌자고 시티 정원’은 299.99유로(40만3000원)에서 17% 상승한 349.99유로(47만30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완구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운송비 등을 고려해 국내 제품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전례를 봤을 때 최대 30%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레고그룹이 올해 상품 가격을 최대 25% 인상하는 이유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레고 원자재인 플라스틱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레고그룹 관계자는 “지속적인 원자재 및 운영비 급등으로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기 제품 사재기

레고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레고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올 여름 안에 사자”고 하는 등 사재기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가격 인상을 앞두고 일부 매장에서는 인기 제품을 쓸어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몰에 들른 김씨(34)는 “세일도 하지 않는데 레고 매장이 썰렁할 정도로 제품들이 많이 빠졌다”며 “순수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격 인상의 후폭풍이 크다”고 말했다.

레고는 어린이용 장난감으로 만들어졌으나 30~40대의 수요도 많은 독특한 상품이다. 아버지와 아들로 대를 이어 취미활동을 이어가는 사례도 많다. 전 세계 레고 판매량 중 성인 레고 팬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레고는 상품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마니아층이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10만원 이상 고가 상품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마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매출 상위 10개 제품 중 10만원 이상 상품은 2개였으나 올해에는 5개로 늘어났다. 저렴한 레고세트는 2~3만원대지만 마니아층이 즐기는 고가 상품은 20만원을 훌쩍 넘을 정도다. 인터넷 레고 커뮤니티에서는 “가격이 많이 올라 레고 선물도 힘들 것 같다”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부담이 더 커졌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10만원 이상 고가 레고를 사주는 데 돈을 아끼지 않지만, 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제품을 골라야 한다.

되팔이 많아지는 레고 시장

레고그룹 입장에서도 상품 가격이 25% 이상 인상되는 점은 부담이다. 기존 제품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다만 완구업계에서는 레고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제품에 대한 충성도는 견고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체재가 없는 독점 상품인 데다 희소성에 따라 가격이 좌우되기 때문이다.리셀(되팔기) 시장에서는 희귀 레고세트가 웃돈이 붙어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상품이 단종되거나 수량이 적을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시장에 희귀한 레고 제품이 나오면 100만원 이상을 쓰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워즈’에디션 등 마니아층이 많은 레고 제품 가격은 하나에 2000만원이 넘기도 한다.

2007년 출시된 ‘레고 카페 코너(Lego Cafe Corner)’ 제품의 발매가는 16만원이었으나 지난해 12월 200만원에 거래됐다. 수익률이 1150%에 이른다. 완구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기 레고세트는 1인 1 구매를 원칙으로 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며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상품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