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애 낳겠나…"아이 돌보미 구하다 속 뒤집어집니다" [오세성의 아빠놀자]

오세성의 아빠놀자(11)

사설 돌보미 앱 많아졌지만…
조건 바꾸거나 신청서 지우기도

부모 90% '돌발 육아 공백' 겪지만
도움 구할 곳은 마땅치 않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가 점차 크면서 행동이나 감정 표현이 한층 풍부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투정을 부리는데, 기저귀 갈기 귀찮다고 도망치는가 하면 밥을 먹을 때에도 고기반찬만 먹겠다고 떼를 씁니다. 책을 들고 와 읽어달라는 것을 슬쩍 못 본 체했더니 책으로 쿡쿡 찌르며 짜증 섞인 소리를 "아아"하고 지르더군요. 힘도 좋아져 잠시 한눈을 팔기라도 하면 이곳저곳에서 우당탕 소리가 나기 일쑤입니다.

잘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만, 아이를 돌보는 입장에서는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가끔 외출을 앞두고 외출복을 입기 싫다고 몸을 뒤집고 울며불며 떼쓸 적에는 돌이 되기 전 아무것도 모르고 몸을 내맡기던 때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앞으로 아이가 클수록 이런 일이 더 잦아지겠죠.
외출을 앞두고 딸아이가 빨간 운동화를 신겠다며 낑낑대고 있습니다.
육아로 인한 부담이 크다면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긴 합니다. 0세 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는 생후 6개월짜리 아이가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근 어린이집 0세 반에서 남는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도보권 어린이집에 개설된 0세 반은 2개 반(정원 6명)에 불과해 대기자만 15명을 넘어가는 상황입니다. 차로 15~20분 거리에 빈자리가 있는 곳이 있었지만, 전국 어린이집 평가에서 하위 30%(B등급)를 받은 곳이었습니다. 정원이 비는 이유가 있던 것이지요.

체력적인 부담이 늘어나면서 아이를 의자에 앉히거나 씻기기 위해 들었다가 허리를 삐끗하는 일도 드물게 발생하곤 합니다. 육아휴직을 낸 아내는 제가 퇴근하면 아이를 맡기고 허리 찜질을 하는데, 최근에는 면역력까지 떨어졌는지 대상포진이 자주 생기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육아 부담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아이 돌보미 앱(운영프로그램)을 뒤적이기 시작했습니다.

교사 파견부터 매칭까지…다양한 사설 돌보미 앱

포털사이트에 '육아', '돌보미', '베이비시터'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 대표적인 앱 3개를 설치했습니다. 각 앱의 성격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업체에서 직접 교육한 돌보미를 파견하는 앱이 두 개였고, 부모와 돌보미를 연결해주는 앱이 하나였습니다. 사용 방법은 세부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아이의 나이와 성격·특징 등을 기입하고 돌보미 요구사항을 기재해 신청한 뒤 기다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아이 돌보미 구인 앱에 노출된 돌보미 명단과 대화창 모습. 결국 구인에 실패해 이용료를 환불 받았습니다.
업체에서 돌보미를 파견하면서 비용을 청구하는 곳이 있었고, 부모의 신청서를 보고 지원한 돌보미와 연결하려면 월 이용료를 내야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회원 수가 100만명을 넘었다거나, 교사 회원이 10만명이라는 등 국내 최대 플랫폼을 자처하는 곳들도 포함됐기에 돌보미를 무난하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곳은 부모와 돌보미를 연결해주는 앱이었습니다. 돌보미에 따라 자신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본인인증과 주민등록등·초본 인증, 학교 인증, 교원 자격 인증 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인 앱입니다. 한 시간 안에 이러한 인증을 받은 돌보미 3명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조건 맞아 연결되니 "돌봄 날짜, 급여 바꾸자"

이용료를 내고 돌보미와 대화를 시작하니 기대감은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앱에서 부모는 신청서에 원하는 근무 날짜와 시간, 원하는 서비스, 급여 등을 기재합니다. 돌보미도 근무할 수 있는 날짜와 시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희망 급여를 적어 공개합니다. 마침 연결된 돌보미분들의 조건은 제가 제시한 것과 동일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연결이 되자 각기 다른 조건을 제시했습니다.한 분은 "신청서의 일정을 맞출 수 없다"며 요청했던 날짜보다 1주일 뒤부터 근무가 가능하다는 뜻을 밝혀 연결이 무산됐습니다. 이어 다른 분은 급여 인상과 근무 날짜 변경을 요구해 협의가 틀어졌고, 마지막 지원자는 대화 도중 다른 어린이집에 채용됐다며 대화를 종료했습니다. 몇 시간 뒤 한 분이 더 지원했지만, 앱 운영팀에서 본인인증을 받은 것 외에는 아무 이력이 없고 책 읽기 등의 육아 서비스 항목은 제공할 수 없다고 해 연결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돌보미 파견 앱에 신청서를 등록하고 기다렸지만, 며칠 뒤 신청서가 삭제된 모습.
이후 돌보미의 지원도 없었습니다. 이용료만 내고 허탕 친 셈입니다. 다만, 해당 앱에서 돌보미를 구하지 못한 부모에게는 이용료를 환불하는 정책을 운용하고 있어 비용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 앱에서 인터뷰하고 좌절하기를 반복하는 동안 다른 두 앱에서는 연결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내용의 문구만 표출될 뿐 연락이 없었습니다. 며칠 뒤 한 앱에서 '일정이 가능한 선생님이 없어 공고가 종료됐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고, 다른 앱에서는 소리소문없이 신청서 자체를 삭제한 상태였습니다. 돌보미를 구하겠다는 계획은 이렇게 무너졌습니다.

정부 지원은 '맞벌이만'…0.81명까지 쪼그라든 한국 출산율

앱을 며칠간 붙들고 있었더니 주변 육아 선배들이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해보라고 하더군요.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돌봄 지원 서비스인데, 정기적으로 신청받기도 하고 일시적인 연계도 제공한다고 합니다. 반년 넘게 대기하기도 하고, 돌보미의 전문성이 매우 부족한 경우도 있다는 당부도 뒤따랐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알아보니 맞벌이 부부만 신청할 수 있고, 육아휴직 중이라면 맞벌이로 인정하지 않더군요. 지원 자격이 없었습니다.
돌봄 교사 파견 앱에서 발송된 공고 종료 안내문.
다른 육아 선배는 "수도권이라도 서울이 아니면 온라인으로 돌보미를 구하긴 어렵다"며 발품을 팔라고 조언했습니다. 근처 대학 유아교육학과 사무실 등에 전화해 돌보미를 구하거나 아파트 단지에 전단을 붙여 구하기도 한다더군요. 물론 이런 경우에도 돌보미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한 아이 돌봄 서비스 업체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90%는 근무 일정 변경, 질병, 이모님(돌보미) 공백 등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로 육아 공백을 겪는다고 합니다. 거주지가 멀다면 조부모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려우니 돌발 상황을 부모들이 고스란히 감당하게 됩니다. 급작스럽게 아이 돌봄이 필요한 상황을 마주해도 도움받을 곳이 없는 부모들은 난처하기만 합니다. 그야말로 '애 맡길 곳을 알아보고 애를 낳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그래서일까요. 지난해 한국의 연간 합계 출산율은 0.81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꼴찌였습니다.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한국을 두고 "3세대 안에 인구가 330만명(현 인구의 6%)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각 가정이 겪는 출산과 육아 부담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