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나 비싼 항공권 값이 발목 잡네"…언제쯤 떨어질까?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 높아져
항공권 가격 여전히 높게 책정
업계 "다양한 이유 복합적으로 작용"
김포공항에서 항공기들의 이착륙 하는 모습. / 사진=한경DB
정부가 코로나19로 닫았던 항공 운항 규제를 풀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부터 '국제선 조기 정상화' 조치를 시행했다. 일상 회복 추진에 따라 항공기 운항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의미다.'국제선 조기 정상화' 조치에 따라 시간당 항공기 도착 편수(슬롯)를 기존 20대에서 코로나 이전 수준인 40대로 늘렸으며, 오후 8시에서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적용됐던 도착 운항 제한(커퓨)도 해제했다. 국제선 증편 규모도 '주당 100회'에서 '제한 없음'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항공권 가격은 여전히 높게 책정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인천~뉴욕 왕복 항공권 가격(직항 기준)은 현재 300만원이 넘는다. 지난달의 250만~300만원대와 차이가 없고, 코로나 이전 150만~190만원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훨씬 비싼 가격이다.코로나 전 23만~50만원대였던 방콕 항공권은 지난달 90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70만원대로 하락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7월과 비교하면 모두 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국제선 조기 정상화' 조치를 시행했는데도 항공권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유류할증료도 올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항공업계는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항공권값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유류할증료는 항공사나 해운사들이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부과하는 할증료로 기름값이 오르면 할증료도 오르고 반대로 기름값이 내리면 내려가게 된다.

실제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6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각각 편도거리 기준 거리 비례별로 3만7700원~29만3800원, 4만400원~22만9600원이었다. 이는 2016년 5월 유류할증료 거리 비례 구간 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19단계가 적용된 금액이다.업계는 "7월 유류할증료는 더 높은 단계로 산정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유류할증료가 당분간 계속 올라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기 증편 문제…정상화를 절차 시간 걸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권값이 높은 이유에 대해 "국제선 정상화를 위한 절차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날부터 운항 규제를 전격적으로 풀었지만, 항공사 입장에선 해외여행 실수요를 파악한 뒤에 적정 수준의 증편 신청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무작정 증편했다가 승객 모집에 실패하면 빈 비행기를 띄우게 돼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또 항공사가 특정 노선의 운항을 신청하면 국토교통부가 허가하는 방식이라 절차 진행에 걸리는 시간도 있다.

항공업계는 "수요 조사 및 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빨라야 7~8월쯤 좌석 공급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항공권 가격도 체감할 수 있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했다.

실제로 인천공항에 따르면 지난 4월 주당 평균 국제선 운항 편수는 431편, 5월은 524편이었다. 6월엔 주당 760여 편을 운항할 계획이다. 코로나 이전 4800여 편에 비하면 20%도 채 안 되는 수준이며, 내달 1000편을 증편한다고 해도 2019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모습. / 사진=뉴스1

휴직·휴업 항공사 직원들 복귀 문제

휴직·휴업했던 항공사 직원들의 복귀 문제도 항공 정상화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휴직·휴업한 인력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었던 터라 현장 투입 인력 정비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부분은 항공 규제를 풀었던 외국에서도 문제가 됐던 부분이다. 영국 한 항공사는 '인력 부족' 문제로 수십 편의 항공편을 취소하면서 여행객 수만 명의 발이 묶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항공권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있다.업계는 빨라야 7~8월쯤 돼야 좌석 공급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항공권 가격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했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