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된지 6주 만에 식탁으로…인플레가 부른 '닭 수난시대'

그나마 싼 닭고기, 세계가 1억톤 먹는다

올해 세계 닭고기 소비량 9800만톤
23년 동안 두 배 늘어

인플레이션으로 지갑 얇아진 세계인들
소고기 돼지고기 포기하고 닭고기로 갈아타

전 세계의 닭고기 소비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세계 인구가 먹을 닭고기 양은 23년 전보다 두 배 많은 1억톤에 육박할 전망이다. 돼지고기, 소고기보다 무게 대비 가격이 싼 닭고기가 인플레이션 시대에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돼지,소고기 포기하고 닭고기 먹는 세계인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세계 닭고기 소비량이 9800만t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23년 전인 1999년 소비량의 두 배 수준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닭고기 소비 증가율은 같은 기간 돼지고기의 3배, 소고기의 10배다. 데이터업체 스타티스타는 세계의 연간 닭고기 생산량이 지난해 사상 최초로 1억톤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는 43만톤 더 늘어날 것으로 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최근 30여년 동안 세계에서 한 사람이 인당 섭취하는 육류의 양 기준으로 유일하게 증가 추세를 유지하는 게 닭고기다. 1995년 초를 기준으로 세계인이 인당 연간 섭취하는 가금류 고기 양은 8.36㎏이었다. 이중 대부분이 닭고기다. 같은 해 가금류 고기 섭취량은 돼지고기(인당 연간 10.64㎏ 소비)보다 적었고 소고기(6.84㎏)보다는 많았다. 그러다 2008년 처음으로 인당 연간 가금류 고기 소비량이 돼지고기를 앞질렀다. 닭고기와 돼지고기의 인기가 엇갈리면서 두 육류 사이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2020년 초 세계적으로 가금류 고기의 인당 연간 소비량은 14.88㎏으로 늘었고 돼지고기는 10.68㎏, 소고기는 6.39㎏로 집계됐다.

OECD와 FAO는 2030년까지 세계 육류 소비에서 가금류 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41%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인플레 시대, 그래도 닭고기가 최고

전문가들은 올해 닭고기의 인기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가격 매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에 비해 닭고기의 무게당 가격은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지난 4월 미국의 닭고기 가격(통닭 기준)은 파운드(약 453.59ｇ)당 1.79달러였다. 반면 돼지고기 가격은 파운드당 4달러 이상, 스테이크를 제외한 소고기는 6~7달러대였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소비자들의 수요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떠나 닭고기로 대거 이동 중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료값 역시 급등했고 프로틴플레이션(단백질+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닭고기 가격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육류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 수준이라는 평가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이 올해 역사상 가장 많은 닭고기를 생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닭고기의 인기는 장기 추세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육류보다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생산 속도도 빨라서다. 알에서 부화해 병아리가 된지 6주일 안에 닭은 상품가치를 인정받을 만큼 빠르게 성장한다. 세계 농축산업 연구자들은 더 짧은 시간 안에 닭을 더 크게 키우는 방법을 지금도 연구 중이다. 아시아 식품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프로테라아시아의 타이린 전무는 닭고기 생산비용이 최근 30년 동안 3분의 1로 급감했다며 “가장 경제적인 육류”라고 평가했다. 닭고기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도 한몫 거들고 있다.

하지만 식량자원으로써 닭고기의 가치가 커지면서 각국이 식량보호주의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이미 말레이시아는 지난 1일부터 닭고기 수출을 금지했고 이에 싱가포르 등 이웃나라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