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빅테크 "CVC, 보여주기용 아닌 생존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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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예전엔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면 회사 사업부를 설득하는 게 어려웠는데, 이젠 사업부에서 먼저 찾아옵니다.”(신성우 현대자동차 상무·CVC팀)
"스타트업 발굴해 직면과제 해결"
"요즘엔 사업부서 먼저 투자 요청"
대기업들과 빅테크 업체들은 왜 앞다퉈 기업형 벤처캐피털(CVC)과 전담투자조직을 신설하고 투자금을 늘리고 있는 걸까. 10일 강원 강릉시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열린 ‘제7회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CVC 관계자들이 그 해답을 내놨다. “모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내부 조직의 힘만으론 안 된다(이성화 GS리테일 신사업부문장)”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함께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회사에 도움이 된다(주종호 우아한형제들 이사)”고 했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의 큰 변화는 ‘관전 모드’에 있던 대기업들이 직접 CVC나 투자조직을 구성하며 링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신세계의 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임정민 투자총괄은 “신세계와 관련된 전략적 투자도 하지만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같은 새로운 사업영역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아직 대기업이 시도해보지 않은 영역에서 기회를 만들어가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게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컨퍼런스 질의응답 시간엔 한 참석자로부터 “CVC라는 게 대기업 오너의 취미나 보여주기용 아니냐”는 민감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GS리테일의 이 부문장은 “리테일 영역이 치열한 경쟁상황인 지금 CVC는 굉장한 전략적 툴”이라며 “외부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이들의 역량을 활용해야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의 신 상무도 “자동차업계는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고 풀 문제가 너무 많다”며 “창업자들과 스파링을 하면서 혁신하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빅테크 회사들도 전담투자조직 규모를 늘리고 있다. 쿠팡의 투자조직인 코퍼레이트디벨롭먼트 부문 전상엽 상무는 “투자나 인수합병(M&A)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쿠팡이 직면한 문제들을 푸는 게 우리 팀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 스타트업인 그루터를 인수해 핵심 엔지니어들을 영입한 게 대표적”이라며 “M&A를 통해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두나무가 설립한 투자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의 임수진 파트너는 “핀테크와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해외 투자 규모가 3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