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 로망' 레고도 오른다…"가을 전 꼭 사자" 곳곳 사재기 조짐

8~9월 25% 인상 소식에…
3040, 인기 제품 싹쓸이

원자재 플라스틱값 급등에
105개 제품 가격 인상 나서
운송비 등 더하면 30% 넘을 듯

부모들은 "이젠 선물도 어려워"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급기야 직장인의 취미 생활까지 위협하고 있다. 키덜트(키즈+어덜트)의 ‘로망’인 레고 가격이 오는 8월 대폭 인상된다. 레고그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을 제품 가격에 대폭 반영했다.

레고 가격 대폭 인상

10일 완구업계에 따르면 레고그룹은 8~9월 전체 상품의 25%에 해당하는 105개 제품 가격을 최대 25% 올린다. 고가 인기 제품일수록 인상 폭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레고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바퀴 달린 상품은 전부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동차 관련 상품 가격 인상 폭이 크다. 레고 ‘포르쉐911’과 ‘애스턴 마틴’ 제품은 8월 25%씩 가격이 오른다. 포르쉐911은 139.99유로(약 18만8100원)에서 169.99유로(약 22만4000원)로, 애스턴 마틴은 19.99유로(약 2만6000원)에서 24.99유로(약 3만3000원)로 인상된다.

또 다른 인기 모델 ‘닌자고 시티 정원’은 299.99유로(약 37만7000원)에서 17% 오른 349.99유로(약 44만10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완구업계 관계자는 “레고는 환율과 운송비 등이 반영돼 통상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다”며 “국내 판매가는 최대 30%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레고그룹이 이처럼 가격을 올리는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레고 블록의 원자재인 플라스틱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레고그룹 관계자는 “원자재와 운영비가 급등해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에 취미 생활도 타격”

레고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애호가들은 “평소 원하던 제품을 올여름 안에 반드시 사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매장에서는 인기 제품을 싹쓸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몰을 찾은 김모씨(34)는 “세일 기간도 아닌데 매장이 썰렁할 정도로 제품이 많이 빠졌다”며 “인플레가 취미 생활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레고는 어린이용 장난감으로 만들어졌지만, 30~40대 수요가 많은 독특한 상품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취미로 삼는 사례도 많다. 전 세계 레고 판매량 중 성인 레고 팬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추산된다.이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저렴한 레고 세트는 2만~3만원대지만 어른들이 많이 찾는 고가 상품은 20만원을 훌쩍 넘는다. 성인 마니아층이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10만원 이상 고가 상품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마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레고 매출 상위 10개 제품 중 10만원 이상 상품은 2개였지만, 올해는 지금까지 5개로 늘어났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들의 부담도 커졌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부모들은 자녀에게 10만원 이상 고가 레고를 사주는 데 그동안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가격이 대폭 오르게 되면서 인터넷 게시판에는 “앞으로는 레고 선물도 힘들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리셀’ 시장에서 수천만원에 거래

레고그룹으로서도 상품 가격을 25% 이상 인상하는 것은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스럽다. 다만 완구업계에서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레고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는 견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데다 희소성에 따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해서다. 단종되거나 유통되는 수량이 적을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리셀(되팔기) 플랫폼에 희귀 레고 제품이 나오면 100만원 이상을 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주요 우주선 등을 조립하는 ‘스타워즈 에디션’의 몇몇 제품은 2000만원이 넘기도 한다. 2007년 출시된 ‘레고 카페 코너’의 발매가는 16만원이었으나, 지난해 12월 2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완구업계 관계자는 “인기 레고 세트는 1인 1구매를 원칙으로 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며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자들이 감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