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92세 현역' 총무과장의 조언…"오늘 잘하면, 내일도 잘할 수 있죠"

92세 총무과장의 가르침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년퇴직’은 다분히 폭력적인 단어다. 계속 일하고 싶은데, 일할 수 있는데, 나이 들었으니 그만두라는 것이다.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도, 오랜 시간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라도, 정해진 나이가 되면 알아서 나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다. ‘인구 절벽’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정년 연장’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임금피크제’에 대해 무효 판결을 선고하면서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임금피크제의 원조는 일본이다. 연공서열이란 경직적인 임금체계를 보완하고 정년 연장을 통해 일하는 사람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도입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고령 인구가 가능한 한 오래 일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적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65세가 넘었는데도 일하는 고령 근로자가 많다.
최근 일본에서 출간돼 화제인 책 《92세 총무과장의 가르침(92 務課長のえ)》은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준다. 1930년생으로 25세에 산코산업에 입사한 뒤 무려 66년간 이 회사의 총무부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다마키 야스코는 ‘세계 최고령 총무부 직원’으로 2020년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인물이다. 그는 회사의 회장보다 열한 살 더 많으며, 회사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신입사원 연수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55세에 정년퇴직한 후 1년씩 근로 계약을 연장하면서 현재까지 풀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책에는 나이에 대한 편견과 주변의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호기심을 잃지 않고 변화를 즐기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저자의 ‘일과 직장을 향한 마음가짐과 태도’가 소개된다. ‘어떤 일도 내가 주인공’ ‘오늘 잘하면 내일도 잘할 수 있다’ ‘남을 흉보면 운이 사라진다’ ‘휴식하고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 ‘업무 마무리는 항상 미소로’ 등 평생 현역의 자세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성실한 92세 직장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나이 들어서도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향한 응원 메시지로 가득하며,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와 함께 일하기 좋은 근무 환경을 위해 서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직장인들이 일하는 유형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 처리 속도가 빠른 ‘날쌘돌이형’이 있는가 하면, 부지런해서 미리 일찍 시작하는 ‘성실형’도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모두가 ‘날쌘돌이형’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 처리 속도가 빨라도 게을러서 일을 시작하는 타이밍을 놓치면 마감 날짜를 못 맞출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 나오는 토끼와 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죠. 일 처리 속도가 느리다고 초조해하지 마세요. 미리 일찍 준비하는 것이 진짜 빠른 것입니다. 일은 육상이나 수영과 같은 스포츠처럼 시간을 겨루는 것이 아닙니다. 마감이라는 목표 지점까지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92세 현역 회사원만이 전할 수 있는 애정 가득한 조언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