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경제학 거장들의 품격 있는 '18년 지적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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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슨 vs 프리드먼
니컬러스 웝숏 지음 / 이가영 옮김
부키 / 552쪽│3만원
좌·우 경제학 대표 새뮤얼슨 vs 프리드먼
1966년 美 '뉴스위크' 칼럼 동시 연재
'정부는 시장에 개입해야 하나' 놓고 논쟁
닮은듯 다른 생애가 사상적 차이로
부유했던 새뮤얼슨, 대공황 빈곤에 충격
"어쩔도리 없다" 말한 시카고학파에 분노
핵심 쟁점은 ‘정부는 시장에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가’였다. 두 사람 모두 연재하는 중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때 뉴스위크 독자들을 질투하게 된다. ‘경제학 거장들의 대결을 매주 소파에 앉아 관전할 수 있었다니.’《새뮤얼슨 vs 프리드먼》은 두 사람의 논리 대결을 한 권에 담은 책이다. 저자는 영국 언론인 니컬러스 웝숏. 웝숏은 전작 《케인스 하이에크》에서 경제학계 숙명의 라이벌인 존 M 케인스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격돌을 조명한 바 있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칼럼을 원문 그대로 옮긴 모음집이 아니다. 책은 두 경제학자의 칼럼, 편지, 저서 등을 인용하며 생애와 학문적 성취를 설명한다. 두 사람의 논쟁을 토씨 하나하나 뜯어보고 싶은 독자에게는 아쉬운 서술 방식이지만, 이참에 이들의 일대기를 살펴보려는 독자에게는 안성맞춤이다.
프리드먼과 새뮤얼슨 간 논쟁은 내용뿐 아니라 태도 측면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자신의 오류를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상대를 존중하는 대가의 품격을 보여줘서다. 새뮤얼슨은 언젠가 프리드먼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전에 했던 말을 철회해야겠어.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말을 바꾸는 걸 무척 싫어하지만, 잘못된 시각을 고집하는 게 더 싫거든.”
이런 편지도 보냈다. “우리가 만난 지 이제 겨우 62년이 되었군. 우리가 서로 의견이 갈리는 때가 많기는 했지만 논리적, 실증적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는 근본적인 지점에서는 서로를 이해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좋겠어.”두 사람이 일생 동안 이어온, 애정 어린 비판과 견제는 ‘버디 무비’를 관람하는 것 같은 재미를 주기도 한다. 프리드먼은 새뮤얼슨의 편지에 크게 감동한 뒤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만난 기간은, 내 생각에는 63년이 맞는 것 같아.”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