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의 33%는 버섯? 신기한 과학

이주의 과학책
경이로움, 수수께끼, 마법…. 이런 단어를 표지에 적은 책은 어떤 종류의 책일까. 바로 과학책이다. 우주와 자연, 인류의 비밀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과학책은 그 흥미로움과 흡입력이 탐정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못지않다. 이렇게 비밀을 파헤치는 과학책이 여럿 나왔다.

《이 작은 손바닥 안의 무한함》(마커스 초운 지음, 현암사)은 50가지 과학 이야기를 담았다. 제목만 봐도 흥미롭다. ‘당신의 3분의 1은 버섯’이라거나 ‘사실 달은 지구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각설탕만 한 공간에 전 세계 사람들을 모두 집어넣을 수 있다’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내용은 어수룩하지 않다. 속이 단단한 과일처럼 과학 지식이 알차게 들어 있다.

각설탕 크기 공간에 전 세계 사람들을 집어넣을 수 있는 이유는 원자의 속이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원자의 99.9%는 빈 공간이다. 전자의 반발력 때문에 다른 원자가 그 사이를 통과하지 못할 뿐이다. 따라서 70억 인구를 꾹 눌러 몸의 빈 공간을 없앤다면 각설탕만 한 공간에 모두 집어넣을 수 있다. 물론 그 무게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실제로 우주에선 그런 일이 벌어진다. 중성자별이다. 엄청나게 큰 항성이 수명을 다하면 자신의 중력에 못 이겨 에베레스트산만 한 크기로 줄어든다. 블랙홀도 그런 예다.

인간의 3분의 1은 버섯이란 말도 사실이다. 인간 DNA의 3분의 1은 버섯과 같은 균류의 DNA와 같다. 인간과 버섯이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강력한 증거다.
《사라진 중성미자를 찾아서》(박인규, 계단)는 중성미자의 존재를 밝혀내고, 그 성질을 알아내기 위한 과학자들의 여정을 그린다. 책은 영화를 한 편 소개한다. 2007년 개봉한 ‘선샤인’이다. 핵융합이 멈춰 꺼져가는 태양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핵무기를 우주선에 싣고 태양으로 향한다. 하지만 태양 내부의 핵융합이 멈춘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태양 안에서 생겨난 빛이 표면으로 올라오기까진 수만 년이 걸린다. 당장 핵융합이 멈추더라도 수만 년이 지나야 불꽃이 꺼진다.

하지만 이제 인류는 태양 내부를 볼 수 있다. 중성미자 덕분이다. 중성미자는 거의 모든 물질과 반응하지 않고 통과해 버린다. 즉각 태양을 빠져나온 중성미자가 지구에 닿기까지는 약 8분. 중성미자를 보면 수만 년이 아니라 8분 만에 태양의 핵융합이 잘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손톱에 초당 1000억 개의 중성미자가 스쳐 지나간다. 손톱뿐 아니라 검출기도 그대로 지나친다. 그래서 중성미자는 1956년이 돼서야 발견됐다. 1990년대까지는 중성미자는 질량이 없는 것으로 알았다. 1998년 일본에서 만든 검출기를 통해 아주 미세한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질량은 모른다. 중성미자가 몇 가지 있는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이 여전히 중성미자 연구에 꽂혀 있는 이유다.

《마법의 비행》(리처드 도킨스 지음, 을유문화사)은 영국의 유명 대중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신작이다. 현지에서 지난해 출간됐다. 동물의 비행 원리를 진화 과정과 과학적 증거로 알게 쉽게 풀어냈다. 날개는 찰스 다윈이 진화론에서 말한 ‘적자생존’ 과정에서 태어났다.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좋은 날개를 만드는 유전자는 계속해서 살아남아 다음 세대로 전해졌고, 지금의 훌륭한 비행술을 뽐내는 새, 박쥐, 곤충들을 탄생시켰다.그는 반쪽짜리 날개라도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낫다고 말한다. 날뱀은 갈비뼈를 늘리는 방식으로 날개 같은 것을 만들어 나뭇가지 사이를 활공한다. 다람쥐의 복슬복슬한 꼬리는 좀 더 먼 나뭇가지까지 도약할 수 있게 해준다. 조금 더 멀리 도망칠 수 있었던 덕분에 포식자로부터 벗어나 자기 유전자를 후손에 남길 수 있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