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공공의 공간' 새문안교회

이은석 건축가·경희대 교수 komagroup@hanmail.net
교회란 말은 그리스어 에클레시아라는 합성어에서 온 것으로 ‘부름을 받은 자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초기 기독교 교회 건축은 ‘속세와의 분리’라는 의미의 공간 구성에 집중됐다. 대표적 예가 로마제국의 박해를 피해 조성된 지하 묘지 카타콤이다. 분리하고 스스로 추방해 따로 모이는 교회의 한 전형이었다.

중세는 도시의 개방성과 전원의 내밀성이 공존하던 대성당과 수도원의 시대였다. 근세로 접어들면서 교회 건축은 신자들의 일상적 삶을 어떻게 교회가 지원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민사회가 도래하며 교회는 시청과 함께 도시 중심 광장을 이뤘고, 학교와 병원 곁에 건축됐다. 유럽의 대학 캠퍼스는 채플을 중심으로 계획되고, 마을 중심에는 항상 교회가 있다.이런 경향은 교회가 시민의 일상과 사회를 향해 선한 의무를 감당해야 한다는 태도, 즉 하늘에서 이뤄진 것 같이 땅에서도 그 뜻이 이뤄지는 기독교적 철학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교회 건축의 형식은 사회를 향해 교회가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바뀌어 왔다.

1887년 한국 최초 개신교회로 창립된 새문안교회가 약 135년이 지난 2019년 한국교회 건축 공공성의 측면을 중시하며 건축됐다. 한동안 한국 교회는 기능주의나 고딕건축의 굴레에 갇힌 형태적 랜드마크 건설에 집중했다. 이런 분위기를 탈피해 새문안교회는 어머니 교회의 이미지와 공공에 봉사하는 개방성이 살아 움직이는 설계안을 요청했다.

필자는 현상설계에 임하면서 ‘하늘로 열린 빈 공간’을 주요 테마로 제시했다. 부드러운 곡면으로 은유적 어머니 품을 표현했다. 그리고 도시 질서에 순응하며 누리를 향해 열린 광장을 공공성의 특성으로 제시했다. 회랑 형식의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예배실보다 신도 상호 간의 역동적 참여와 교류를 유발하는 열린 공간 형식들을 제안했다.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교회 건축 형태인 움푹한 정면은 서울의 한 기념적 형태로 드러나고, 더불어 조성된 새문안광장은 시민들의 실질적 휴식처가 됐다. 로비를 관통하는 세종문화회관 쪽으로의 연속적 동선 체계는 교회의 개방성을 보여준다. 기존 교회당을 축소해서 역사를 기리는 예배실은 시민들의 문화공간이 되길 바랐다. 주변에 즐비한 최대 용적의 건물들처럼 상업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도시와 하늘로 시원하게 열고 비운 공간을 통해 도심에 넉넉한 안식처가 되길 기대한다.

건축 전략적으로는 교회가 도시에 공공성을 공급해야 한다. 새 시대의 교회 건축은 교회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축복이 돼야 한다. 그 공간 속에서 구도의 과정과 안식의 체험이 전개될 때 교회 건축은 박애정신을 유발하는 고상한 공공의 공간적 도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