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 4050 여사님들 모이면 '디올' 얘기뿐이라는데…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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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2회“이 옷 디올 제품 맞나요?” “매장에서 아직 판매하나요?” “영부인이 신은 스니커즈가 예뻐 보여요.”
4050사이에선 퍼스트레이디룩 '관심'
블라우스·재킷·운동화 등 '시선집중'
"값비싼 해외 명품 화제…긍정적이지 않아" 지적도
최근 온라인 명품 정보 공유 카페들에선 이같은 ‘디올 패션’ 관련 문의가 수시로 올라옵니다. 김건희 여사가 착용한 디올 제품들이 화제가 되고 있어서입니다. 포털사이트에서도 김 여사를 검색하면 자동으로 뜨는 연관 검색어 키워드들 대부분 옷·가방·신발 등 패션 관련 단어들입니다.김 여사의 명품 패션은 경제력 있는 40~50대 여성에게 특히 화젯거리입니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 거주하는 40대 김모 씨는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지인들이 모이면 영부인이 입은 옷이 무엇인지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브랜드에 가 비슷한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도 있다. 주변 40~50대들이 작년까진 샤넬에 관심이 컸다면 요즘은 디올로 옮겨가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업계에 따르면 김 여사가 지난달 지방선거 사전투표에서 입은 옷은 175만원에 판매되는 디올 블라우스입니다. 깔끔한 흰색 반소매 스타일에 오른쪽 허리 라인에는 작게 꿀벌 자수가 새겨져 있습니다. 같은달 28일에는 143만원대 '워크 앤 디올‘ 운동화 제품을 신고 반려견 '나래', '써니' 등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22일 저녁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정원의 야외무대에서 KBS ‘열린음악회’ 현장을 찾은 바 있는데요. 이 당시 입은 재킷 또한 디올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재킷은 디올 신상품으로 가격은 최소 5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됐습니다. 유명인의 ‘명품 패션 따라잡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대표적 패셔니스타인 아이돌 블랙핑크 제니나 빅뱅 지드래곤을 따라 샤넬이 유행하는가 하면 ‘인간 구찌’라는 애칭이 붙은 가수 아이유 덕분에 구찌가 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주로 유행이 민감한 10~20대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40~50대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하는 일은 흔하지는 않습니다.이에 대해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영부인들이 주로 단정하고 우아한 ‘어머니’ 이미지를 강조한 반면 김 여사는 젊고 세련된 패션을 선택해 4050 사이에서 트렌디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최근 주요 매장에서 부쩍 퍼스트레이디룩에 대한 문의가 늘거나 직접 찾아 구매하려는 이가 늘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40대 박모 씨(46)도 “최근 모임에 나가니 디올 의상을 몇 점 구입했다며 보여주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며 “아무래도 디올은 샤넬 같은 유행 명품들과 달리 긴 줄을 서 대기하지 않아도 매장을 방문할 수 있어 나이대가 있는 40~50대들이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면이 있다. 패션에 관심이 있고 경제력 있는 중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다만 영부인과 명품이 함께 화제로 오르내리는 일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퍼스트레이디가 입는 패션과 스타일은 국민들에겐 일종의 메시지로 여겨집니다. 국가 원수인 대통령과 자신의 철학을 담아낸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영부인에 막대한 관심이 쏠리는 만큼 값비싼 해외 명품을 즐기는 이미지가 구설에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0월 프랑스 방문 때 입었던 ‘샤넬 재킷’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 여사의 옷값을 공개하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일었습니다. 김 여사의 500만원대 디올 재킷도 ‘협찬 공방’을 불러일으키는 등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이 때문인지 김 여사도 공식석상에선 고가 의류를 피하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의상을 구매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김 여사의 첫 공개 활동으로 꼽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선 옷을 네 차례 갈아입는 동안 대부분 소상공인 브랜드를 노출했습니다.한 정치권 관계자는 “경험에 비추어 볼 수 있듯 값비싼 패션이나 브랜드가 쟁점화되는 것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영부인 패션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을 수밖에 없는 만큼 국내 중소패션 업계에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이 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