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3개월 연속 8%대 고공행진…"인플레 정점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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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월 소비자물가 8.6% 상승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또 한 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3월 1981년 12월(8.9%) 후 최고치를 찍은 CPI는 4월 소폭 하락한 뒤 지난달 8.6%를 기록하며 또다시 천장을 뚫었다. 3개월 연속 8%대 고공행진이 이어져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압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41년 만에 최대폭
국제 곡물가 상승압박 계속
"Fed 9월까지 빅스텝" 전망
○“인플레 정점 아직 아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5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8.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로는 1.0% 올랐다. 4월 소폭 하락한 뒤 다시 반등했다.의식주 전반에 걸쳐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2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다시 폭등했다. 5월 에너지 부문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4.6% 올랐다. 3월(32%)과 4월(30.3%)의 상승폭을 넘어섰다. 전월 대비로는 3.9% 올랐다. 휘발유 가격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7% 뛰었다. 중유는 무려 106.7% 급등했다.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용도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 올랐다. 1991년 2월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달과 비교하면 0.6% 뛰었다. CNBC는 주거비용이 2004년 3월 이후 가장 빠른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식품 CPI도 전년 동월에 비해 10.1%에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1.2% 상승했다.국제 유가와 곡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데다 4월까지 석 달 연속 떨어진 중고차 가격도 5월엔 상승세로 돌아섰다. CPI 세부 항목인 중고차 가격 상승률은 16.1%였다. 전달에 비해선 1.8% 뛰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및 식품 부분을 제외한 근원 CPI는 6% 올랐다. 3월(6.5%)과 4월(6.2%)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시장 예상치(5.9%)를 웃돌았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1월부터 급격히 상승해 올 3월 8.5%로 40여 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한 달 뒤엔 다시 8.3%로 떨어졌고 5월에 다시 8.6% 오르며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는 이유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뛰고 있고 주거비와 식료품도 물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물가상승률이 계속 8%대를 유지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강한 긴축 정책을 펼 가능성이 커졌다. Fed가 6월과 7월뿐 아니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9월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62.7%를 넘어섰다.
○기름값 1년간 60% 이상 올라
미국 물가 상승을 자극해온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 전역의 휘발유 소비자 평균가격은 갤런당 4.97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전에 비해 8.5% 올랐고 1년 전보다는 60% 이상 급등했다. 화폐가치 조정을 하지 않은 단순 수치상으로는 연일 사상 최고치다.전체 50개 주 중 20개 주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5달러를 돌파했다. 워싱턴DC의 평균 가격은 5.171달러로 5달러를 훌쩍 넘었다.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캘리포니아주는 갤런당 6.4달러를 넘겼고, 캘리포니아주 내 일부 카운티는 8달러에 근접했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인 3월 14년 만에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 선을 넘었으며 당분간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한 포럼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까운 시일 내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현안인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간은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2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와 물류비 등이 동반 상승해 제조 원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현우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