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41년 만에 최고…"내년 침체 확실시" [조재길의 글로벌마켓나우]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전날에 이어 또 큰 폭으로 밀렸습니다. 미 물가상승률이 충격적으로 오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앙은행(Fed)의 긴축 강화 우려를 낳았습니다. 월가에선 다음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종전 예상치인 50bp(0.5%포인트) 대신 75bp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대표 지수인 S&P500지수는 전날 대비 2.91% 밀린 3,900.86, 나스닥지수는 3.52% 급락한 11,340.02, 다우지수는 2.73% 떨어진 31,392.79로 각각 마감했습니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최근 10번의 주간 중에서 9번 하락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기 대비 8.6% 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의 최고치입니다. 시장 예상치인 8.3%도 웃돌았습니다. 5월 수치는 전달 대비로도 1.0% 올랐습니다. 시장 전망치(0.7%)를 상회했습니다.

미 물가상승률 발표 직후 골드만삭스는 “6월과 7월은 물론 9월 통화정책 회의 때도 금리를 종전 전망보다 더 크게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종전까지 “9월 회의 때는 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었습니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동기 대비 8.6% 급등했다. 41년만의 최고치로 기록됐다. 미 노동부 제공
바클레이즈와 제프리스, 캐피탈이코노믹스는 더욱 극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 3곳의 투자기관들은 “Fed가 다음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75bp 올릴 것”으로 봤습니다.

강한 긴축 우려에 미 국채 금리는 장·단기를 가리지 않고 급등했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3.15%로, 11bp 상승했습니다. 통화정책 변화를 잘 반영하는 2년물 금리는 연 3.06%를 기록했습니다. 하루만에 23bp 급등했습니다. 2년물 금리가 연 3%를 넘어선 건 2008년 이후 처음입니다.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가 10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등했다.
경기 지표도 부진했습니다. 6월의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예비치)는 50.2를 기록했습니다.시장 예상치(58.5)를 크게 밑돈 건 물론 역대 최저였습니다.

짐 캐론 모건스탠리 수석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더 떨어지지 않으면 시장에서 75bp 인상안이 확산하게 될 것”이라며 “Fed가 더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내년 침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항목 중 상당수가 작년 동기는 물론 전년 동기 대비 큰 폭 상승했다. 미 노동부 제공
마이클 슈마허 웰스파고 거시전략 책임자는 “시장이 주목하는 건 (50bp씩 올릴 확률이 높은) 6~7월이 아니라 9월”이라며 “9월에도 50bp 인상할 가능성을 시장이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내년 6월까지 기준금리가 연 3.5% 수준으로 오른 뒤 다시 낮아지게 될 것”이라며 “경기 후퇴가 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진짜 큰 침체는 아닐 것이란 게 슈마허 책임자의 얘기입니다.

스탠리 드러켄밀러 듀케인패밀리오피스 창업자는 “인플레이션이 5%를 넘을 때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낮추는 건 불가능하다”며 “내년 침체를 겪을 것이란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실질 임금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미 노동부 제공
국제 유가는 소폭 하락했습니다.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84센트 하락한 배럴당 120.67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1.06달러 떨어진 배럴당 122.0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기록적인 물가상승률 수치 공개 이후 수요 둔화 전망이 확산했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공급 부족 압력이 더 세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관측입니다.

이날의 ‘글로벌마켓나우’ 이슈는 다음과 같습니다.① 테슬라 또 주식분할 ② 너무 빠른 소비 위축 ③ 월가 “다음주 75bp↑ 가능성” ④ 14년만에 3% 넘은 2년물 ⑤ 다음주 파월 입·오라클 실적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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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