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불어난 정책금융 1000조…"금리 인상기 부실화 대비해야" [정의진의 경제현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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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공기관이 취약계층 지원 등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시중에 공급한 정책금융 규모가 지난 10년 동안 1000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소상공인 지원 등을 이유로 보다 가파른 속도로 증가했다. 정책금융 확대 정책이 경제위기 극복에 일부 도움이 되긴 했지만 급격한 증가 속도가 향후 금리 인상과 맞물려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줄 우려가 있는 만큼 사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 운영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 공급 잔액은 164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1년 662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984조5000억원(148.6%) 늘었고,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1309조4000억원 대비로는 337조8000억원(25.8%) 증가했다. 정책금융은 금융공공기관이 융자(대출)·보증·보험·투자 등을 통해 시중에 공급한 자금을 의미한다.정책금융 규모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보다 가파르게 불어났다. 정책금융 공급 잔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17년(3.1%)과 2018년(2.4%), 2019년(5.4%)엔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2020년엔 12.6%, 지난해엔 11.7%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정책금융 가운데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제공되는 주택금융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중소금융이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주택금융 공급 잔액은 2011년 150조4000억원에서 2021년 770조3000억원으로 620조원(412.2%) 증가했고, 중소금융 공급 잔액은 같은 기간 226조9000억원에서 449조1000억원으로 222조3000억원(98%) 늘었다. 정책금융은 주택금융과 중소금융, 개발금융, 수출금융, 서민금융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문제는 빠르게 증가한 정책금융이 금융공공기관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경우 전세 보증 관련 상품의 대위변제액이 2018년 650억원에서 지난해 5302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정책금융 확대로 인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대위변제액은 보증사고가 발생해 HUG가 대납한 금액을 의미한다.HUG의 대위변제율은 2018년 0.145%에서 2021년 0.418%로 늘었다. HUG가 대위변제로 지출한 금액이 대위변제 회수액과 보증료 수입을 합친 금액을 앞지르며 보증 관련 손해가 발생한 시점은 2019년이다. 이전까지 꾸준히 보증 사업 관련 흑자가 났지만, 2019년(-568억원)부터 2020년(-1838억원), 2021년(-2603억원)까지 3년간 손실 규모는 확대됐다.
예정처는 "최근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전세 보증 상품 등 금융공공기관의 주택금융 및 대위변제 증가 등을 고려해 향후 주택가격 조정 등이 관련 금융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및 금융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부 계획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도 제도가 중단될 경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부실이 표면화되며 공공기관의 재무구조를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대부분이 '보증' 방식으로 이뤄진 점이 부실화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예정처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공공기관의 만기연장·상환유예 관련 보증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70조28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잔액 130조1000억원의 54%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전체 은행권 대출채권 잔액 922조2000억원 가운데 금융공공기관의 보증 잔액이 139조2290억원으로 15.1%를 차지한다. 중소기업에 비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정책금융이 보증을 활용한 비율이 훨씬 높은 셈이다.예정처는 "보증의 경우 공급 가능한 레버리지가 큰 반면, 금융위기가 발생해 손실이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부담해야 하는 손실 규모 또한 크다"며 "정부는 관련 보증채권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종료시 금융공공기관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영업자의 리스크가 누적돼 금리 인상기에는 다중채무자의 대출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12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 운영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 공급 잔액은 164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1년 662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984조5000억원(148.6%) 늘었고,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1309조4000억원 대비로는 337조8000억원(25.8%) 증가했다. 정책금융은 금융공공기관이 융자(대출)·보증·보험·투자 등을 통해 시중에 공급한 자금을 의미한다.정책금융 규모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보다 가파르게 불어났다. 정책금융 공급 잔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17년(3.1%)과 2018년(2.4%), 2019년(5.4%)엔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2020년엔 12.6%, 지난해엔 11.7%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정책금융 가운데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제공되는 주택금융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중소금융이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주택금융 공급 잔액은 2011년 150조4000억원에서 2021년 770조3000억원으로 620조원(412.2%) 증가했고, 중소금융 공급 잔액은 같은 기간 226조9000억원에서 449조1000억원으로 222조3000억원(98%) 늘었다. 정책금융은 주택금융과 중소금융, 개발금융, 수출금융, 서민금융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문제는 빠르게 증가한 정책금융이 금융공공기관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경우 전세 보증 관련 상품의 대위변제액이 2018년 650억원에서 지난해 5302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정책금융 확대로 인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대위변제액은 보증사고가 발생해 HUG가 대납한 금액을 의미한다.HUG의 대위변제율은 2018년 0.145%에서 2021년 0.418%로 늘었다. HUG가 대위변제로 지출한 금액이 대위변제 회수액과 보증료 수입을 합친 금액을 앞지르며 보증 관련 손해가 발생한 시점은 2019년이다. 이전까지 꾸준히 보증 사업 관련 흑자가 났지만, 2019년(-568억원)부터 2020년(-1838억원), 2021년(-2603억원)까지 3년간 손실 규모는 확대됐다.
예정처는 "최근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전세 보증 상품 등 금융공공기관의 주택금융 및 대위변제 증가 등을 고려해 향후 주택가격 조정 등이 관련 금융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및 금융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부 계획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도 제도가 중단될 경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부실이 표면화되며 공공기관의 재무구조를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대부분이 '보증' 방식으로 이뤄진 점이 부실화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예정처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공공기관의 만기연장·상환유예 관련 보증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70조28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잔액 130조1000억원의 54%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전체 은행권 대출채권 잔액 922조2000억원 가운데 금융공공기관의 보증 잔액이 139조2290억원으로 15.1%를 차지한다. 중소기업에 비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정책금융이 보증을 활용한 비율이 훨씬 높은 셈이다.예정처는 "보증의 경우 공급 가능한 레버리지가 큰 반면, 금융위기가 발생해 손실이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 부담해야 하는 손실 규모 또한 크다"며 "정부는 관련 보증채권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종료시 금융공공기관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영업자의 리스크가 누적돼 금리 인상기에는 다중채무자의 대출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