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41년 만의 '최악 인플레' 韓 대응도 더 빨라져야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6%에 달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새파랗게 질렸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초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으나 물가가 진정되지 않자 조만간 ‘자이언트스텝(일시에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CPI가 지난 3월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은 사라지고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경기 침체가 동반할 것이란 공포가 퍼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장기화 추세가 확인된 만큼 ‘경기’와 ‘물가 상승’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 정책당국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국제 유가·곡물가격 급등과 공급망 충격 등 외부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은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렇게만 볼 상황이 아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빠르게 확산하고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는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게 거시경제 안정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한국은행 인식에 좀 더 주목할 때다.이런 판에도 경기 둔화 가능성을 우려해 물가 상승에 적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사태에 처할 수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진단처럼 금리 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 확산하면 그 피해 또한 취약계층에 더 집중될 수 있다.

한계는 있겠지만, 정부도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물가 상승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인프라 투자 등 당장 시급하지 않은 사업 집행을 미루고,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선심책도 피해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전체에 파장이 큰 만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차단하지 못하면 인플레이션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 구조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게 근본 처방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노동·연금·공공개혁 등 개혁 과제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