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떠난 與민들레 '잠시멈춤'…친윤 세력화 비판에 숨고르기(종합)

공동간사 이용호 "잠시 멈추고 의견 나눠보겠다"…원점 재검토 의견도
이준석 "대통령에 누가 되는 형태 지양…MB초기 때 카르텔화·세력분화 경계해야"
이달 중으로 출범을 예고했던 국민의힘 의원모임 민들레(가칭)가 잠시 준비 활동을 중단하고 호흡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의원모임으로 자칫 계파논쟁 등 당내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론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 만큼, 일단 내부적으로 이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전반적 운영 방향을 재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내부 논의를 거쳐 모임 발족을 재추진할 경우 '친윤 세력화'를 우려하는 시선 속에서 언제든 계파 논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모임 발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어 최종 향배가 주목된다. 공동간사를 맡은 이용호 의원은 12일 페이스북 글에서 "민들레는 '민심을 들을래'의 약자인데, 정작 민들레에 대한 민심은 오해 때문에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면서 모임 결성과 관련해 '속도 조절'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 모임은 기본적으로 당에도 좋고, 윤석열 정부에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한 순수 의원모임"이라면서 "민들레 홀씨가 당이나 정부에 도움이 아니라 갈등 요인이 돼서는 안 되겠죠. 민들레 열차를 잠시 멈추고 의견을 나눠보는 게 필요하겠다.

오해는 풀고, 소나기는 피해가야죠"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미 가입 의사를 밝힌 의원이 30여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내용은 아닌 만큼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해보겠다"면서 "모임이 존속된다면 그 구성과 운영 방향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르면 금주 초중반에 일차적으로 구성된 운영진들끼리 모여 향후 계획을 다시 논의해보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기존 운영방향에 일정부분 궤도수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내 당' 논란을 부른 현직 장·차관 초청 구상을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정부 정책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여 그 결과를 일종의 의견서 형태로 정부 측에 전달하는 '여당 내 쓴소리 그룹' 아이디어 등이 거론된다.

운영진 문호를 확대·개방해 '계파 이미지'를 희석하는 방안도 논의 가능하다.

모임은 외견상 전체 의원이 참여하는 오픈플랫폼을 표방하지만,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의원 대부분이 '범친윤계'로 분류된다.

특히 운영진 명단은 경선캠프·인수위 과정을 거치며 함께 해온 측근 그룹으로 사실상 채워져 있다는 점에서 세력화 논란이 불거지며 부담 요인이 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모임 결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주장도 있다.

운영진으로 참여하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한 번 덧씌워진 부정적 프레임을 걷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며 "장제원 의원도 빠진 마당에,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 같아 부담이 크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모임 멤버들 사이에서는 일단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의 모임 불참 선언으로 당 지도부와의 정면 충돌을 피하고 '친윤계 내분설'도 조기에 진화돼 안도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용호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장 의원이 불참한다고 하니 아쉽고 섭섭하지만,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도 KBS '일요진단'에서 장 의원의 민들레 불참 결정에 대해 "그게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한 길이 아닐까"라며 "당연히 그렇게 결론났어야 하고, 장 의원의 결단은 존중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권 원내대표와 의리를 강조했던데, 그보다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그런 판단 하셨다고 말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라면서 "그분들끼리 상의되지 않고 모두 공감하기 어려운 민들레라는 모임의 출범을 적극적으로 장 의원이 시도한 건 이 시점에 다소 성급한 것이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실제 모임 멤버들 사이에는 당 안팎의 비난 어린 시선을 감수할 만큼 '실익'이 있는지 고민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모임이 존속하는 한 당내 세력화 논란의 부담을 완전히 덜어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 의원의 불참 여부와 관계없이 모임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논란의 소지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모임을 하지 않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부모임은 누가 하든 뭐라 안 한다.

공부모임으로 당내 구성원 친목을 도모하는 데 누가 반대하겠나.

다만, 그것이 카르텔화되고 무리지어졌을 때 과거 이명박 정부 초기 때(처럼) 세력 분화가 나타날 수 있어서 그것을 윤석열 정부에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자 본인들이 선의를 갖고 기획하는 게 있겠지만, 대통령에 누가 되는 형태의 기획은 지양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당 일각에서는 민들레 모임 운영진 상당수가 장 의원과 가까운 사이라 장 의원이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모임 관계자는 "내부 회의에 앞서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당내 의원들 위주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