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적극 활용…'캐릭터 생태계' 만드는 ICT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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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2차 창작해 다변화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자체 캐릭터를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캐릭터 기반 지식재산권(IP) 생태계를 만들고, 그간 소장을 통해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정도에 그쳤던 NFT의 활용도를 높여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IPX(옛 라인프렌즈)는 이달 ‘OOZ&mates(오오즈 앤 메이츠)’ 캐릭터 시리즈를 NFT로 내놓는다. 기존엔 첫 출시 형식을 메신저의 이모티콘 스티커나 제품, 애니메이션 등으로 했던 캐릭터 시리즈를 NFT로 선보이는 시도다. 캐릭터 9개를 기본으로 세부 사항을 조금씩 다르게 해 NFT 9999개를 발행할 예정이다. 각 NFT에 대해선 디자인을 각종 사업에 쓸 수 있도록 IP 소유권을 내준다. 보유한 NFT 그림을 옷이나 상품 포장, 영상 콘텐츠 등에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IPX에 별도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된다.지난달 말엔 LG유플러스가 자체 캐릭터 ‘무너’ 디자인을 NFT로 발행했다. 사전 예약 방식으로 브랜드 팬들에게 NFT 50개를 증정하고, 306개는 정식 발행해 시장에 유통했다. LG유플러스는 올 하반기 2차 NFT 발행을 할 예정이다. 지난 4월엔 보라네트워크가 카카오프렌즈 IP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 NFT를 발행했다.
세계 NFT 중 누적 거래액이 가장 많은 ‘지루해하는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 시리즈도 자체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다. 원숭이 기본 디자인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통해 원숭이 표정, 색깔, 장신구, 옷 등을 무작위로 다변화해 NFT 1만 개를 발행했다. 이 시리즈는 출시 13개월 만인 지난달 총거래 누적액 20억달러(약 2조5400억원)를 넘겼다.
각 기업이 NFT 사업에 자체 캐릭터를 쓰는 것은 캐릭터 ‘세계관’을 구축해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기 용이해서다. 캐릭터마다 개성 있는 콘셉트를 잡아 유통하고, 일반 소비자가 2차 창작물을 만들게 해 다른 NFT와 차별화하는 식이다. IPX는 오오즈 캐릭터에 디지털 세상 ‘프렌즈월드’에 살던 동물들이 지구에 불시착해 단짝 친구가 될 사람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를 붙였다. LG유플러스의 무너 캐릭터는 ‘눈치 보지 않고 할 말 다 하며,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회초년생’이 콘셉트다. LG유플러스가 올초 신설한 캐릭터 IP 사업 전담 조직 캐릭터마케팅팀 등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BAYC는 가까운 미래인 2031년을 배경으로 캐릭터를 잡았다. 가상자산 투자를 통해 벼락부자가 된 원숭이들이 세상에 지루함을 느끼고 늪에 들어가 요트 클럽을 만들어 논다는 설정이다.주요 소셜미디어들도 캐릭터 NFT를 서비스에 들일 분위기다. NFT 캐릭터를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으로 쓸 수 있게 하는 프로필형 NFT(PFP)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NFT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프로필로 쓸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테스트한다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