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매업종 주가, 금융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전망

DHL "공급망, 내년까지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못할 것"

세계적으로 물가 급등과 경기 후퇴가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세계 증시에서 소매업종 주가가 기술주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 소매업 지수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단위 마이너스 수익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마존과 타깃 등이 포함된 MSCI 소매업 지수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29%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술주의 하락 폭인 24%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미국 대형 소매업체 타깃은 2분기 실적 둔화를 예고한 직후인 지난달 18일 주가가 25% 떨어져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이 회사 최대 일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월마트도 지난달 주가 16% 하락 원인을 제공한 재고 증가분 해소에 2분기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이달 초 전망했다.

애버크롬비 앤드 피치, 아메리칸 이글, 갭 같은 의류업체들도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영국의 넷스트와 마크스 앤드 스펜서 그룹 등과 같은 소매업체들도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도 블룸버그 아시아태평양 소매지수가 올해 들어 20% 하락했으며, 호주 소매 체인인 웨스파머스의 주가도 26%나 급락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월마트와 타깃의 실적 경고가 투자심리를 흔들면서 소매주의 주가 급락을 불러왔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어 추가 주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스구르 벤처스의 수석투자책임자인 앨러스더 매키넌은 인플레이션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쿼바디스 캐피털 창업자인 존 졸리디스도 이제 1분기 하락세를 경험했을 뿐이라면서 인플레이션 감소세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입장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한 지금은 고통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고려하면 MSCI 소매업 지수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아직도 MSCI 지수보다 높다면서 소매주 주가가 급락했지만 아직 저렴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게다가 2000년, 2002년, 2007년, 2008년 등 과거 MSCI 소매업 지수가 하락한 연도를 보면 경기침체기 무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기만 하면 연준이 심각한 경기침체 없이 경기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날 CNN에 출연, 제롬 파월 의장이 말한 '다소 부드러운 착륙'(softish landing)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운이 다소 따르고 공급 측면의 문제가 개선되면 연준이 강력한 노동시장을 바탕으로 지난 1980년대 초에 나타났던 것과 같은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 국제 특송 업체인 DHL은 내년에는 새로 건조된 컨테이너선이 운항에 투입되면서 항만 적체 현상이 완화하겠지만, 공급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DHL은 이어 향후 몇 달간은 연말 특수에 대비한 상품 운송이 늘면서 미국과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 화물 증가와 항만 적체 심화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 화물연대의 파업도 공급망 교란의 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