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터키 반대에 꽤 지연될 듯

나토 총장 "터키의 안보 우려 정당"…협상 필요성 시사
터키, 양국에 무기금수 해제·테러 조직원 인도 요구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터키의 반대로 상당 기간 발목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8일 핀란드와 스웨덴은 오랫동안 유지한 중립국 원칙을 깨고 나토 가입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양국은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가입이 결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나토 가입을 위해서는 30개 기존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데 터키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물론, 미국 등 나토 동맹이 터키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터키는 자신의 요구를 내세우며 반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더욱이 나토 지도부는 터키의 안보 우려에 대해 정당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협상의 필요성을 시사함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가입 절차가 오래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핀란드를 방문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회담한 후 "터키의 우려는 정당하다"며 "이는 테러리즘과 무기 수출에 관한 것으로 우리는 터키가 다른 나토 회원국보다 더 많은 테러 공격을 겪었다는 점을 이해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의 반대가 되도록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가 해결 시한은 아니라면서 터키와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르체아 제오아너 나토 사무차장도 터키가 테러리스트 문제에 대한 우려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터키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터키의 분리 독립 세력인 쿠르드족에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거부권'을 손에 쥐고 마음이 급한 나토를 압박하고 있다. 터키 정부는 나토의 문호개방 정책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양국 정부가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일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테러단체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스웨덴을 겨냥해 "스웨덴 의회에는 쿠르드노동자당(PKK)과 같은 테러 단체들이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PKK는 터키 남동부와 이라크 북부·시리아 북동부 등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단체로, 터키 정부는 이를 최대 안보 위협 세력으로 본다.

그러나 스웨덴과 핀란드가 PKK에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고 특히 스웨덴 의회에서는 쿠르드족 출신 의원 6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전부터 터키는 PKK에 맞서는 데 나토와 유럽 동맹국의 협조가 충분하지 않다고 불평해 왔다.

미국과 EU는 터키와 마찬가지로 PKK를 테러 조직으로 분류한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최근 협상 대표단을 터키로 보내 합의를 시도했으나 별다른 진전은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는 두 국가의 나토 가입 신청을 '숙원' 해결의 기회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터키 정부는 2017년부터 스웨덴에 PKK 관련자의 송환을 요구했으나 스웨덴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았으며, 스웨덴은 2023년에 PKK에 3억7천600만 달러(약 4천7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터키는 또 스웨덴과 핀란드가 터키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를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핀란드와 스웨덴 등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은 2019년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장악 지역에 군사 공격을 감행한 터키에 무기 수출을 금지했다.

또 나토 소속 이긴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균형추 또는 중재 역할을 자임하면서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쿠르드 무장단체 지원 주장을 부인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우리는 터키와 항상 좋은 양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나토 동맹으로서 터키가 우리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처럼 터키의 안보를 약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형태의 테러를 규탄하며 터키의 모든 우려를 공개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논의하는 데 열려 있고, 논의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