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못 찾은 '제보사주'…'대선 블랙홀' 사주공방 일단락

고발전 비화…공수처, 손준성 기소·제보사주 '증거없음'으로 마무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3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연루된 이른바 '제보 사주' 의혹을 무혐의로 결론지으면서 지난해 대선 정국을 달군 양대 사주 공방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일단락됐다. 공수처는 이날 박 전 원장의 제보 사주 관련 혐의(국정원법·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혐의없음 처분했다.

필요한 범위 내에서 강제수사를 해 박 전 원장과 조씨 사이 대화 내용을 확인했지만 고발사주 사건의 언론 제보 및 시기에 관해 협의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공수처 설명이다.

다만 자동 입건된 조씨와 성명불상자에 대해서는 공수처법에 따른 수사대상이 아닌 만큼 대검찰청에 이첩했다. 제보 사주 의혹은 지난해 9월 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하자 당시 야권인 국민의힘 측이 그에 맞대응 격으로 꺼내든 카드다.

고발 사주 의혹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둔 2020년 4월 검찰이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 등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관련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을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는데,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이를 지시한 배후로 지목됐다. 윤 대통령과 김 의원이 '사실무근'이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를 자처한 조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고발장 문건을 받았고 '반드시 대검에 접수하라'고 요구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이 과정에서 조씨와 박 전 원장의 친분이 드러나며 이번엔 제보사주 의혹이 불거졌다.

야권이 조씨 제보 과정에 박 전 원장이 깊숙이 관여해 정치 공작을 했다며 이른바 '국정원 개입설'을 들고나와 역공을 편 것이다. 특히 뉴스버스 보도 직전 박 전 원장과 조씨가 서울 시내 호텔 등에서 만난 사실이 알려지고, 조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뉴스버스 보도일인) 9월 2일은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거나 배려받아서 상의한 날짜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진실 공방은 고발전으로 비화했다.

지난해 9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과 '윤석열 국민 캠프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가 각각 두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며 공수처에 고발장을 내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고발 사주 사건부터 마무리한 공수처는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입건된 윤 대통령을 지난달 무혐의 처분했다.

대신 손 보호관과 김 의원이 공모해 윤 대통령과 가족, 검찰 조직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고 최강욱 의원 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점이 인정된다며 손 보호관을 불구속기소 했다.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만, 공수처법상 기소 대상이 아닌 김 의원은 검찰에 이첩했다.

그러나 문제의 고발장 작성자는 끝내 특정하지 못했다.

공수처가 이날 제보사주 의혹 수사까지 마무리하면서 지난해 여야가 치고받은 '사주 공방'에 대한 수사 기관의 평가는 끝났다.

남은 건 사법부의 판단이다. 공수처가 공소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넘긴 손 보호관 사건의 심리는 오는 27일부터 시작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