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vs 鄭…이번엔 2조 와인전쟁
입력
수정
지면A13
정지선의 현대百, 와인 유통사 설립현대백화점그룹이 연 2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와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다. 지난 3월 설립한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를 통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만 프리미엄급 와인 100여 종을 한꺼번에 계약하면서다.
佛·伊 프리미엄 와인 100여종 들여오며 도전장
정용진의 신세계, 초저가 와인 앞세워
공격영업, 시장 장악…L&B 매출 2년새 두 배↑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빅3’ 간 치열한 와인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비노에이치는 최근 프랑스 부르고뉴,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 유럽 와이너리 10여 곳과 와인 100여 종의 수입 계약을 무더기로 체결했다. 대부분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프리미엄급·유기농 와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2년 내 연 매출 300억원 목표
와인 수입·유통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유럽의 중상위급 와이너리는 오랜 신뢰가 쌓여야 거래를 뚫을 수 있는 데다 상당수 와이너리는 이미 다른 국내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비노에이치가 한꺼번에 와인 계약을 맺은 데는 현대백화점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비노에이치는 3월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이지웰 등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신생 업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와인 사업에 뛰어든 데는 정지선 회장(왼쪽)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비노에이치의 첫 최고경영자(CEO)로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수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는 송기범 전 현대그린푸드 외식사업부 수석소믈리에(33)를 파격 발탁했다.비노에이치는 2024년까지 연 300억원의 매출을 내겠다는 내부 목표를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레스토랑·와인바 등 유명 매장과 와인숍, 도매 유통업체 등 20여 곳의 판로를 확보해 이달부터 와인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와인 시장 경쟁 격화될 듯
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 와인 시장의 급성장세를 염두에 두고 와인 시장 공략 강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연간 와인 수입액은 5억5981만달러(약 7200억원)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2019년 수입액 2억5925만달러에 비해선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와인 시장을 판매액 기준으로 보면 수입액 대비 세 배 규모로 추산한다”며 “지난해 국내 와인 시장 규모는 2조원가량으로 커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라고 설명했다.‘유통공룡’ 중 와인 수입·유통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영업을 벌이는 곳은 신세계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오른쪽)은 2008년 신세계L&B를 설립하고 주류 사업에 진출한 뒤 막강한 유통체인을 등에 업고 시장을 장악했다. 신세계L&B의 매출은 2019년 1000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4900원짜리 초저가 와인 ‘도스코파스’를 필두로 가성비를 앞세운 와인을 판매해 덩치를 키웠다.국내 최장수 와인 브랜드인 ‘마주앙’을 갖고 있는 롯데그룹도 와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와인 전문가들로 ‘프로젝트W’ 팀을 구성하고 지난해 말 롯데마트에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를 개점했다. 보틀벙커는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잠실점)에서만 4개월간 매출 60억원을 올렸다.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은 저가 시장보다는 유기농, 프리미엄급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