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참사 책임' 현산 현장소장 등 3명에 징역 7년6월 구형(종합)

감리자에 징역 7년, 현산 관계자 2명은 금고 5년 구형
피고인들, 최후변론 통해 사죄…현산측 무죄 주장에 "거짓말" 일침도
광주 학동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해 검찰이 공사 관계자들에게 최고 징역 7년 6월을 구형했다. 13일 광주지법 형사11부(박현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모(58) 씨 등 공사 관계자 7명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각각 징역 7년6월∼금고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우선 붕괴 사고의 직접 책임이 있는 각 건설업체의 현장소장과 굴삭기 기사에게 가장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

현산 측 현장소장인 서씨와 일반철거 하청업체 한솔의 현장소장 강모(29) 씨, 재하도급 업체 대표이자 굴삭기 기사인 조모(48) 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7년 6월을 구형했다. 감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감리자 차모(60) 씨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하고, 현산 측 안전부장 김모(58)씨와 공무부장 노모(54)씨, 석면 철거 하청을 맡은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50)씨에게는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정시설에 수용돼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지만,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 형벌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현대산업개발(3천500만원)과 한솔기업(3천만원), 백솔건설(5천만원) 등 3개 법인에 대해서도 각각 벌금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사고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해체 공사를 한 결과 무고한 시민과 승객이 죽거나 다치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피고인들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산 측 관계자들은 무거운 책임이 있는데도 반성하지 않고 그 책임을 부하 직원이나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산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사고 현장은 철거만 이뤄지고 있는 곳이었고, 철거 공사의 시공자는 현산이 아니었다"며 "현산은 시공자가 아닌 도급자로서 안전조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조사위원회와 국과수 등이 결론 내린 사고 원인은 타당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피고인들의 책임이 있다는 인과 관계도 성립하기 어려운 만큼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강조했다.

현산 측은 이에 앞서 건축구조기술사 등 전문가를 증인으로 불러 '또다른 사고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려 했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기소된 한솔기업 현장소장 강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거짓말"이라며 일침을 날렸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사죄의 말을 전한 그는 "끝까지 거짓말로 자신들을 변호하고 있는 피고인들이 부끄럽다"며 "지금 우리가 피해자에게 해야 할 일은 모든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굴삭기 기사인 조씨는 "피고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방청석에서 이 말을 들은 유가족들은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다.

조씨는 또 "앞으로 제가 할 일은 남을 위해 평생 헌신하고 봉사하면서 남은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며 "재판장님과 유가족들에게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9일 광주 학동 재개발 4구역 철거 공사 과정에서 건물이 붕괴해 인근을 지나던 시내버스 탑승자 17명(사망 9명·부상 8명)이 숨지거나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철거 공사 과정에서 해체 계획서 등을 무시하고 공사하거나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6일 오전 10시 광주지법 302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