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피해 확산에 여론 등돌리자…'안전운임제 연장'으로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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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국토부 5차 교섭 끝에 타결했지만 '반쪽 합의'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한 물류 대란이 8일 만에 일단락됐지만 ‘반쪽짜리 타결’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화물연대의 일몰제 폐지(연장)를 위한 투쟁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토교통부는 정권교체기라는 점을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8일간의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전 세계적 물류 대란 속 국내 기간산업 물류의 취약성까지 고스란히 드러냈다. 경제계 일각에서 정부가 초동 대응만 잘했어도 호미로 막을 일이었다는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다.
일몰제 연장 기간 3년 유력
적용품목 확대는 추후 논의
화물연대 총파업 장기화에
국민들 "韓경제 볼모 삼아"
"국토부도 사태 방치" 지적
화물차주들 현장 속속 복귀
15일부터 물류차질 해소 전망
화물연대는 14일 오후 최종 합의 발표 후 “국토부와 5차 교섭을 통해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에 대해 합의했다”며 “안전운임 적용 품목 확대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는 것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 복귀 후 조합원에 대한 일체의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요구했고, 국토부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화물연대로선 당초 노림수였던 일몰제 연장뿐 아니라 국회에서의 일몰제 폐지, 품목 확대 논의 등의 수확까지 얻었으며, 민·형사상 처벌까지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류세 지원 확대라는 부가 소득도 확보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 거부를 철회함에 따라 그간 논의 결과를 토대로 국회 원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할 것”이라며 “운영 중인 안전운임제(컨테이너·시멘트) 연장을 지속 추진하고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화물 차주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유가 보조금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합리적인 운송 수입 보장을 위해 지원·협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차주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2020년부터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었다.지지부진하던 협의를 딛고 화물연대와 국토부가 극적 타결을 이뤄낸 건 총파업 장기화로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부는 일몰을 앞두고서도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제대로 사전 준비 작업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려웠다. 총파업의 쟁점인 안전운임제 일몰 관련 연구 용역 보고서를 올 2월에 받고도 4개월여 동안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이 알려지면서 ‘국회 입법사항’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사태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졌다. 특히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부에 제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가 전반적으로 안전운임제의 성과를 주목하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어 더욱 그랬다. 화물연대는 총파업이 길어질수록 집단 이기주의로 국내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눈총을 사게 됐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각 산업에서 공장이 멈추고 제품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연쇄적으로 벌어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민심마저 등을 돌리는 분위기였다. 애초 현행 시멘트와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모든 차종, 품목에 안전운임제를 적용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던 화물연대가 이날 5차 협상에서 일부 차종·품목 확대로 한 발짝 물러서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날 5차 교섭이 2시간40분 만에 극적 타결되면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운송 복귀 통보가 내려졌다. 총파업 중인 화물 차주들이 속속 현장에 복귀하면서 15일부터 물류 차질은 해소될 전망이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이미 조합원들의 누적 손실액은 갈수록 커졌다. 이로 인한 조합원들의 불만도 이날 국토부와 막판 협의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안전운임을 받는 조합원들과 달리 배송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안전운임 이상을 받는 조합원들의 경우 연대 차원에서 참여한 부분도 없지 않다”며 “파업 장기화 시 차주들의 손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정/곽용희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