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에 같이 다이빙하실 분" 영국서 인기 폭발, 왜?

'쓰레기통 다이빙'으로 생활비 절약하는 노하우
선진국 소셜미디어 등에서 화제
인플레이션 여파로 해석
지난 2월 영국 런던 시민들이 에너지 등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EPA
세계 각국의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선진국에서도 ‘쓰레기통 뒤지기’가 화제다. 쓰레기통에서 쓸 만한 생활필수품이나 음식물을 찾으면 생활비를 아낄 수 있다는 ‘꿀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커진 ‘생활비 위기’가 원인이다.

인플레 시대, 쓰레기통에 '다이빙'하는 이유는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과 호주 등지에서는 ‘쓰레기통 다이빙’(dumpster diving)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쓰레기통을 뒤져 쓸 만한 물건을 찾아내 재활용하는 행위를 뜻한다. 쓰레기통 다이빙은 물자가 얼마나 낭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촉구하기 위한 행동이기도 하나 최근에는 인플레이션 시대의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신을 ‘쓰레기통 잠수부’(dumpster diver)라 칭하는 사람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쓰레기통 다이빙으로 자신이 일주일에 수십달러에서 수백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어느 지역의 어떤 쓰레기통에 쓸 만한 물건이 많은지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함께 쓰레기통 다이빙에 나설 사람을 모으거나 쓰레기통 잠수부로서 적절한 옷차림이 무엇인지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쓰레기통 잠수부들이 ‘건지는’ 품목은 음식물, 의류, 면도기, 쿠폰 등 다양하다. 가전제품 등을 중고제품으로 판매해 생활비를 벌기도 한다. 재활용 가능 품목에 몇 센트씩이라도 보상해주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쓰레기통에서 플라스틱 병 등을 주워가기도 한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점도 쓰레기통 잠수부들이 늘어나는 요인이다. 사유지 침입 등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실제 법적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어서다.

생활비 위기로 경기 침체 우려 커져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6% 오르며 1981년 12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찍는 등 각국의 물가 고공행진은 멈출 줄 모르는 상황이다. 영국에서는 ‘생활비 위기’가 현재 정치·경제적 상황을 반영하는 핵심어로 떠올랐다. 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 위기에 처한 가계가 지출을 줄이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은행 로이드는 직원들의 생활비 부담을 다소 줄여주기 위해 일회성으로 인당 1000파운드씩 지급하기로 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가계는 전기세 및 식비까지 절약하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가계가 신선식품을 포기하고 저렴한 통조림 음식 등의 비중을 늘리면 중장기적으로 비만 등 건강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 폭염이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전기세 부담으로 냉방을 제대로 하지 못해 노약자의 건강에 악영향이 갈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