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덮친 '3고 불황'…네이버·카카오 '뚝' 정유·금융은 '쑥'

금융·정유 시총 오르고 플랫폼은 낙하
고유가·고금리·강달러에 시총순위 격변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이 코스피 시장을 덮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면면도 '3고 불황'의 영향으로 크게 바뀌었다. 고유가의 수혜를 입은 정유주 순위가 급등한 반면, 금리상승(밸류에이션 축소)과 강달러(위험자산 회피)의 영향을 받는 정보기술(IT) 관련주 순위는 급락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순위 하락폭이 가장 컸던 종목은 카카오였다. 카카오는 5위에서 10위로 5계단이나 떨어졌다. 1년 동안 시총이 26조원 줄었다.같은 업종인 네이버(3위→6위)도 시총이 20조원 줄어들며 순위 낙폭이 컸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으나, 이후 금리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축소되며 시총 순위도 내려앉았다.

대체불가능토큰(NFT) 테마를 등에 업고 상승가도를 달리던 엔씨소프트의 경우 시총 순위가 22위에서 40위로 곤두박질 쳤다. 1년 동안 시총이 9조원 줄었다.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리가 오르면 그동안 미래 성장성을 감안해 주가가 상승했던 IT주에겐 악재다. 달러 강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 매도를 이어가는 것도 성장주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인들은 1년 동안 카카오(순매도 2위·2조7210억원)와 네이버(순매도 5위·1조7502억원), 엔씨소프트(순매도 7위·1조3413억원) 등 성장주를 집중적으로 팔았다.시총 순위가 오른 종목을 보면 고유가와 금리인상의 수혜를 입은 종목이 대부분이었다. 금융주가 대표적이다. 작년 6월에만 해도 19위에 머물렀던 KB금융은 14위로 5계단 올랐고, 20위였던 신한지주는 3계단 오른 17위를 기록 중이다. 29위였던 하나금융지주도 25위로 순위가 4계단 올랐다. 정유주 역시 고유가 수혜를 입고 순위가 급등했다. 작년 6월 35위에 불과했던 에쓰오일은 무려 11계단 올라 24위를 기록 중이다. 시총은 약 2조4200억원 가량 커졌다. 반면 고유가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진 대한항공의 경우 시총순위가 33위에서 42위로 수직낙하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 유가 상방 요인이 산재한 탓에 고유가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유가는 물가를 올려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높일 것이고, 이는 또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수혜주 등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