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장중 1,290원 돌파 후 상승 폭 줄여…1,286.4원 마감

당국 개입에 환율 추가 상승 제한…"필요하면 시장 안정 조치"
14일 원/달러 환율이 2년3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한 뒤 외환당국의 개입 등 영향으로 상승 폭을 줄이며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4원 오른 달러당 1,286.4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5원 오른 1,291.5원에 개장한 뒤 1,292.5원까지 상승해 종전 연고점인 지난 5월 12일의 1,291.5원(장중)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던 시기인 2020년 3월 19일(고가 기준 1,296.0원) 이후 약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한 번에 0.50%포인트 금리인상)이 아닌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이었다.

다만 외환당국이 장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구두개입에 나서고, 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물량이 나오며 환율의 추가 상승이 제한됐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긴급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때 시장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도 나왔다.

추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간부회의에서 "외환·금융시장은 과도한 쏠림 등으로 인해 불안이 증폭되지 않도록 하고 기존의 컨틴전시 플랜이 유사시 즉각 가동될 수 있도록 현시점에서 면밀히 재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최근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시장 대응과 정책 공조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위안화 강세 영향 속에 원/달러 환율은 오후 2시 40분께부터 본격적인 내림세를 보였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당국이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면서 '당국이 원/달러 환율 상단을 막고 있다'는 판단이 시장에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 후반 들어 달러 매도 물량이 몰리면서 환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3시 30분 현재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6.32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962.24원)에서 5.92원 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