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짓는 것 같았다"…단체활동 잠정 중단한 방탄소년단 '눈물' [종합]

BTS, 챕터 1 마무리
"활동 9년, 개인적 성장의 시간 없었다"
솔로 활동 본격화…군복무 영향도 관측

아미 "'봄날' 올 때까지 기다릴 것"
활동 잠정 중단 소식을 전한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방탄TV
"이게 맞나? 싶어 무섭기도 하고 정답인지 고민이 많았다."
"내가 쉬고 싶다고 하면 미워하실까 봐 사실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9년 만에 '쉼표'를 찍는다. K팝 대표 월드 스타의 갑작스러운 활동 중단 소식에 전 세계 아미(BTS 팬덤)들은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기다리겠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찐 방탄회식'을 공개했다. 멤버 전원이 모여 술잔을 부딪치며 그동안 속으로만 감춰왔던 이야기들을 털어놨다.최근 방탄소년단은 앤솔로지 앨범 'Proof'(프루프)를 발매했다. 이들은 "(그동안) 우리가 발표한 것들을 정리하고 가자는 느낌으로 준비한 앨범"이라고 소개한 뒤 "앨범 속에 미공개 작업곡도 담겼는데, 우리의 추억들과 작업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보고 우리의 페이지 1장의 마무리를 해 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리더 RM은 "왜 9주년에 앤솔로지 앨범을 내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돌려 말하지 않고 팩트를 말하자면 원래 시즌1은 'ON'(온)까지였고, 이후 대규모 월드투어를 하려 했는데 코로나19가 시작돼 좌절됐다"고 설명했다.

슈가는 "이런 이야기를 너무 못했기에 답답했다.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 분명히 있는데도 약간의 미련들"이라며 "'그래미'는 노미네이트가 된 후 한번 해보자고 하고 안 되고 나서 또 도전하고, 그런 상황에서 지쳤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RM은 "그때그때 답답한 것도, 억울한 것도 많았다. 우리 플랜만 6번 넘게 어그러졌다"고 거들었다. 진과 정국은 "상황에 따라 항상 바뀌어야 했다", "함부로 말하기엔 다양한 변수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숙소 계약 만료 소식도 전했다. RM은 "서운해할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남자 7명이 같이 산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제이홉은 "냉정하게 각자의 공간이 생기며 좀 더 친해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RM은 "우리는 친구라기보다 이제 가족"이라며 "팀 나이가 거의 서른인데 서로 물리적 거리를 두고 사생활을 서로 지켜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RM은 최근 고민한 부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밝히며 활동 잠정 중단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다이너마이트'(Dynamite)까지는 우리 팀이 내 손 위에 있었던 느낌인데 그 뒤에 '버터'(Butter)랑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부터는 우리가 어떤 팀인지 모르겠더라"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중요하고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졌다"고 고백했다.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단체 활동이 계속되며 개인의 성장을 이룰 수 없었던 부분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두지 않는다.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10년 전의 자기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면서 "내가 생각을 많이 하고, 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다음에, 그것들이 숙성돼서 내 것으로 나와야 하는데 10년간 이렇게 방탄소년단을 하며 물리적인 스케줄을 하다 보니 내가 숙성이 안 되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최전성기를 맞은 시점에서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지 기능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팀이 뭔지 모르겠다. 나와 우리 팀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몰랐다"고 했다.또 "랩 번안하는 기계가 됐고, 영어를 열심히 하면 내 역할은 끝났었다. (우리 팀이) 방향성을 잃었고, 생각한 후에 다시 좀 돌아오고 싶은데 이런 것을 이야기하면 무례해지는 것 같았다. 팬들이 우리를 키웠는데 그들에게 보답하지 않는 게 돼 버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슈가는 창작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가사가 나오지 않았다.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었다. 지금은 진짜 할 말이 없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멤버마다 '믹스테이프'(비정규 음반)를 내왔는데 이번 기점부터 솔로 정식 활동을 할 계획이다.

첫 타자는 제이홉. 그는 "개인 앨범에 대한 방탄소년단의 기조 변화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며 "방탄소년단의 챕터 2로 가기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RM은 "믹스테이프라고 했던 콘텐츠를 이제 (정식) 앨범으로 본격적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제이홉의 콘텐츠부터는 정식으로 발매할 것이다. 각각 개인의 뭔가를 발현하기에는 너무 늦긴 했다"고 소개했다.

진은 "처음에 배우가 하고 싶었는데 아이돌을 하게 되며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쪽에 대한 미련이 없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 인생은 모르는 거니까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국은 "각자만의 타이밍이 있다. 그 시기가 우리에게 왔는데 끌고 왔던 게 많이 있었다. 분명히 이야기할 때가 오늘이 된 것 같다. 근 10년 동안 같이 해 왔는데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각자 시간을 보내며 한 단계 성장해 여러분에게 돌아오는 날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보다 나은 7명이 분명 돼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뷔는 "난 하고 싶은 게 많다. 음악 이외에도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들이 많았는데 어느새 이런 생각 자체가 잘못 생각한다는 이미지가 심어졌던 것 같다. 정국인가 한 말처럼 있는 기회에서 최대한 보여주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보다 다방면으로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될 테니 많이 예뻐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이홉은 "9년 동안 함께해준 멤버들과 팬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멤버들과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조금 찢어져 봐야 붙일 줄도 아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 안 해 주셨으면 좋겠고, 건강한 플랜이라는 걸 인식해주셨으면 좋겠다. 더 단단해질 방탄소년단의 챕터 2로 가기 위한 시점인 거 같다"고 했다.

RM은 "내가 쉬고 싶다면 여러분이 미워하실까 봐 죄짓는 것 같아서"라면서 "논현동 작은 데서 살다가 백악관까지 가고 'Yet To Come' 가사에 다 들어있다. 우리가 같이 진심으로 무대에 서고 어떤 법칙과 상관없이 행복하게 이야기하고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에 제이홉, 정국 등 멤버들도 함께 울었다.

그는 "난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고 싶다"며 "그러려면 내가 나로서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방탄은 아니고, 방탄의 일부니까"라며 "우리가 실수도 하고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걸 안다. 예전처럼 춤을 추지 못하더라도 방탄소년단의 RM으로 남아있고 싶다. 지금 잠깐 멈추고 해이해지더라도 앞으로를 위해 나아간다는 이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2015년 국내 음악방송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뒤 2017년부터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2020년 팬데믹 사태 이후 발표한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를 줄줄이 히트시키며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에 연거푸 올랐고, 아시아 가수로는 처음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 뮤직어워즈'에서 대상을 받았다. 쉼 없이 달려온 이들에게 이런 상황이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정체성에 혼란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병역 문제도 현실적인 요인이다. 1992년생인 맏형 진은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영 연기 추천받아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다. 관련 병역법 개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통과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 멤버들이 입대를 한다고 해도 방탄소년단의 계획대로라면 나머지 멤버들은 솔로로 아미들 곁에 남을 수 있다.방탄소년단의 잠정 활동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아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각국의 언어로 아쉬움을 전했다. 팬들은 "이런 순간이 올 줄 알았지만, 오늘일 줄은 몰랐다", "가슴이 아프지만 이런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의 '봄날'이 다시 올 때까지 멤버들을 모두 응원할 것", "다른 방식으로 일하더라도 우리는 항상 그들을 사랑하고 멤버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