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때 살수차 촬영 거부할 수 있나"…이엘 비판한 이선옥 작가

이선옥 작가 "이엘, 정의로운 나'에 대한 과시"
"예민함은 정의 아니며 불편함이 불의의 근거도 아냐"
이선옥 작가, 배우 이엘 /사진=MBC 유튜브, 한경DB
배우 이엘이 가뭄 속 열리는 '워터밤' 콘서트에 대해 소신 발언 했다가 이선옥 작가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우먼스플레인', '단단한 개인' 등을 집필한 이선옥 작가는 14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엘 사태로 보는 PC주의 운동의 특징'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작가는 "배우 이엘이 가뭄이라는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하는 실천은 '소셜미디어에 한마디 쓰기'"라며 "진정 변화와 해결을 바란다면 특정 콘서트를 겨냥한 '일침'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실천을 드러내어 더 많은 사람들이 실질적 행동을 만들어내는 쪽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엘의 행동은 '가뭄에 물을 뿌리며 콘서트나 하는 개념없는 타인에게 일침을 가하는 정의로운 나'에 대한 과시에 가깝다"며 "이번 발언은 타인의 직업영역에 대한 존중이 없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작가는 '워터밤' 콘서트에 대해 "더운 시기 관객들과 물을 뿌리며 노는 콘서트는 이제 하나의 시즌상품이 되었고 많은 이들이 이 콘서트를 기다린다"며 "물 300톤이란 말은 매우 선정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의 사정이, 나에게는 나의 사정이 있듯 불행을 알기 전 계획된 일에 대한 이런 식의 비난은 이유 없이 타인을 이웃에 대한 연민이라고는 없는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씨주의자들은 타인의 사정을 배려하거나 종합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만일 이엘이 영향력이 커서 콘서트가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그 작업에 기대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삶은 타격을 입게 된다. 가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도 있으니 견디라고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이 작가는 "가뭄이라는데 물을 낭비하는 듯 보이는 콘서트가 탐탁치 않게 여겨질수는 있다. 그럴 때 보통의 사람들은 그 콘서트에 가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정의를 실천한다. 그 콘서트 때문에 가뭄이 생긴 것도 아니고, 그 콘서트에 참여하는 뮤지션과 관객들이 타인에 대한 연민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아울러 "이엘은 가뭄일 때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에서 살수차를 동원한다면 이를 비난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가. 산불이 났을 때는? 홍수가 났을 때는? 경제가 어려울 때는? 많은 불행들 앞에서 그때마다 누군가의 중요한 직업영역을 비난하는 것으로 변화와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가"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가뭄은 가뭄대로 빨리 극복되기를 바라고, 워터밤 콘서트도 계획한 대로 잘 끝나서 코로나로 얼어붙은 공연계가 다시 살아나면 좋겠다. 대다수 시민들은 모두 이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며 "당신의 예민함이 곧 정의가 아니며, 당신의 불편함이 곧 불의의 근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엘은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워터밤 콘서트 물 300톤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며 '워터밤' 콘서트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싸이는 '흠뻑쇼' 콘서트에서 "마실 수 있는 물을 사며 콘서트 회당 300톤 정도 들어 물값이 많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엘의 발언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이엘은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욕 하고 싶은 욕 해야죠"라며 "사람 생각은 다 다르니까요"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