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에서 지방간 급증…평소 관리 중요한 생활습관병"

명의 인터뷰 - 조용균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간에 지방 5% 이상 생긴 상태
썩으면 쥐 즉사할 만큼 맹독성

정상 체중에서 많이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더 위험

3~6개월 주기로 간기능 검사
간수치 2~3배 높으면 의심을
지방간은 과거 과음과 스트레스, 비만, 만성 운동 부족 등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의 전매특허로 통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젊은 층의 유병률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으며, 젊고 마른 여성에게서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지방간이 ‘생활습관병’으로 자리잡았다는 이야기다.

조용균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사진)는 국내 몇 안 되는 대표적인 지방간 명의로 통한다. 오래전부터 다양한 학회 및 저술 활동에 적극 나서며 이른바 ‘선진국형 질병’인 지방간에 대한 선제 치료 및 사회적 인식 개선 등에 앞장서 왔다. 그동안 간질환 관련 논문만 국내외에서 92편을 냈으며 이 중 지방간 논문이 60여 편에 달한다. 아시아태평양간학회 조직위원, 대한간학회 지방간연구회장, 대한간학회 지방간 가이드라인 개정위원장 등을 지냈다.▷지방간이란 무엇인가.

“간에 지방이 5% 이상 들어찬 상태다. 간에 고인 지방은 간에서 썩어 과산화지질이 된다. 이를 실험용 쥐에 주사해 보면 즉사할 만큼 맹독성을 지녔다. 지방 찌꺼기가 많이 쌓이면 간의 활동력이 떨어지면서 간경화로 발전하게 된다. 최근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이 가장 큰 요인인가.“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단순 지방간과 지방간염을 포함하는 질환이다.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술의 양은 남성은 1주일에 소주 3병, 여성은 2병 정도다. 하지만 술을 잘 마시지 않는데도 지방간이 생겼다면 십중팔구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량 감소, 비만 때문이다.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들의 특징은 정상 체중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해 생기는 복부비만이 많고, 지방간은 복강 내 쌓인 내장형 지방이 주 원인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질환이면서도 대사질환에도 속한다. 두 얼굴을 가진 복병이라 더 조심해야 한다.”

▷간은 이상이 생겨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간은 몸속에 들어온 독소의 분해, 호르몬 합성, 영양소 대사 등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간을 가리켜 ‘신체의 화학공장’이라고 부른다. 간은 우리 장기 중에서 가장 크지만 질환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뚜렷하지 않다. 이른바 ‘침묵형 장기’다. 간이 신호를 보내기 전에는 특별히 병이 생겼다고 느끼지 못한다. 질환이 악화한 후에야 발견해 뒤늦게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회복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주기적으로 검사해야 하나.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 바이러스 항원항체 표식자 검사, 복부초음파 등을 주기적으로 해 간 기능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검사 주기는 3~6개월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 간 수치가 정상보다 2~3배 높으면 지방간을 의심한다.”

▷예전에는 B형 간염 환자가 많았다.“의료사회적 변화에 따라 유행하는 질병도 바뀌기 마련이다. 과거엔 바이러스 전염에 의한 B형 간염이 대세였는데 치료제 및 백신 개발로 크게 줄었다. 이제는 알코올 및 비알코올성 간질환, 즉 지방간 환자가 많아지며 간 관련 질환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지방간 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식생활 변화와 운동량 부족에 따른 비만 인구가 많아지면서 간질환 발병 추세도 변했다. 이 같은 대사성 간질환은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다양한 성인성 질환과 뿌리를 같이하기 때문에 함께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간질환은 성인병 악화에 불을 붙이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그래서 더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식습관이 문제인 건가.

“주식인 흰쌀밥과 설탕 같은 단당류가 문제다.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어야 한다. 과자와 초콜릿, 탄산음료 등 간식을 절제하고 채식 위주로 식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술을 줄이고, 땀이 나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섣부른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은 오히려 간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방간 진단을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지방간은 생활습관형 질환이다. 그래서 약물 치료보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 평소에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다. 의사들조차도 아직 지방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오랫동안 지방간 환자들을 추적 관찰하며 치료하다 보니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이르면 5년 안에 관련 치료제가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