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 간 이재용, 수천억짜리 반도체 장비 '열공 모드'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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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방문해 EUV 노광장비 원활한 수급 논의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공급난을 겪고 있는 대당 수천억원짜리 반도체 제조 장비를 꼼꼼히 살폈다.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서는 양국 간 반도체 협력 강화 논의와 함께 장비 직접 장비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
글로벌 반도체 네트워크 본격 가동됐다는 평가
반도체 핵심장비 제조사 ASML 경영진 미팅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나 양사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이 부회장과 ASML 경영진은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반도체 시장 전망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양사의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이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은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으로, 이번 미팅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이 배석했다.
삼성전자는 ASML과의 기술 협력 강화를 통해 EUV를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 생산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도 더욱 확대해나갈는 방침이다.
뤼터 총리 "반도체 이외 분야도 삼성과 협력 확대 기대"
이 부회장은 같은 날 네덜란드 헤이그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Mark Rutte) 총리와 회동했다.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두 사람이 만난 것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인 네덜란드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부터 설계, 장비, 전자기기 완제품까지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고루 발전해있다.
특히 네덜란드 기업 ASML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ASML 장비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뤼터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뤼터 총리는 정보통신기술(ICT)·전기차·e-헬스 등 혁신에 기반한 신산업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며 "반도체 이외 분야에서도 삼성과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뤼터 총리는 차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으로 거론되는 최고위급 인사다. 이 부회장은 2016년 9월 뤼터 총리가 방한했을 때도 삼성전자 전시관 '딜라이트'를 직접 안내하며 삼성전자의 사업 현황과 주요 제품, 핵심 기술 등을 소개한 바 있다.
앞서 뤼터 총리는 지난 3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도 통화해 양국 간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 확대 논의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뤼터 총리에게 "'미래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확대해나가자"고 제안했다. 뤼터 총리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선도 국가인 만큼 양국 간 협력 시너지는 매우 클 것"이라고 화답했었다.
이 부회장, 유럽 최대 종합반도체 연구 IMEC 방문
이 부회장은 이튿날인 15일에는 벨기에 루벤(Leuven)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를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루크 반 덴 호브(Luc Van den hove) IMEC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 △연구개발(R&D) 방향 등을 논의했다.이 부회장은 IMEC에서 최첨단 반도체 공정기술 이외에 △인공지능(AI) △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첨단분야 연구 과제에 대한 소개를 받고 R&D 현장을 살펴봤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반도체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부회장 정도 되는 인사가 가지 않으면 미팅도 쉽지 않다"며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팻 겔싱어 인텔 CEO의 글로벌 광폭 행보를 견제함과 동시에 한국 반도체가 다시 뛴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