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의 호모파덴스] '행복한 100세 시대' 위한 조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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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수명 100세' 위해 건강한 몸 유지국민 MC 송해 선생님께서 영면하셨다. 향년 95세. 세계보건기구(WHO, 2019)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일본, 스위스에 이어 3위이며,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2020년 기준으로 83.5세다. 송해 선생님은 말년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활동하는 호모파덴스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행복한 10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좋아하고, 잘하고, 가치있는 일 찾아야
평생학습으로 지식과 사고 유연성 확보
이찬 서울대 평생교육원장 산업인력개발학 교수
첫째, 건강한 몸이다. 유엔미래보고서에서는 경제활동이 가능한 역할수명을 80세, 건강수명을 100세, 그리고 평균수명은 130세까지로 예측하고 있다. 매년 1년꼴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것은 건강수명과 평균수명의 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지 못한 채로, 노년에 병상에 누워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싼 자동차나 명품 가방보다 본인의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둘째, 즐기는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삶을 살고 있으며 그 행복은 성취감으로부터 오는데,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일을 통해 성취감을 맛본다. 즐거운 인생이란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 그리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의 교집합을 찾는 데서 비롯된다. 싫어하는 일을 잘하는 것도 불행이요, 잘하는 일이 도둑질처럼 가치롭지 못한 것도 불행한 일이다. 성적이나 연봉과는 별개로,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다.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경험 속에 내가 진정으로 즐기는 일을 찾아 만끽해야 한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후회가 있다. 해야 할 일을 못해 봐서 생기는 후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나서 생기는 후회. 이왕이면 후회가 생기더라도 해보고 나면 깨달음이라도 있다. 내가 즐기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전해 보자.
셋째, 평생학습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행복한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가 되려면 맡은 바 역할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의 유통기한이 짧아졌기 때문에, 평생학습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 배움의 근육도 육체의 근육과 마찬가지로 쓰지 않으면 굳어져 버리기 때문에,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지식과 사고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일터에서 각기 다른 다섯 세대가 공존하며 근무하고 있다. 평생학습으로 업데이트한 지식과 기술을 통해 유연한 사고를 갖는 것은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나와 다른 세대의 인류와 협업하며 공존을 모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세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개인과 조직은 세대 갈등의 장벽에 부딪혀 고전을 면치 못한다. 전국노래자랑에 등장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출연자와 눈높이를 맞추며 34년간 진행한 송해 선생님의 노하우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넷째, 마음 챙김이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코칭을 하다 보면 은퇴 후에 여행을 꿈꾸며, 내일의 희망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고 미루는 분이 많다. 물론 미래를 위해 현재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노력은 매우 높이 산다. 그렇지만 국영수만 기초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마음 챙김도 젊은 시절부터 기초가 중요하기 때문에 은퇴 후의 여가활동으로 미룰 일이 아니다. 여행도 가슴이 떨릴 때 다녀야 제맛이지, 다리가 떨릴 때 다니면 관광버스에서 하차하기조차 귀찮아질 것이다. 필자의 서울대 연구팀이 국내 대기업과 산학협력한 사례연구에 따르면 명상이나 숲체험, 요가, 아쿠아세라피 등의 마음 챙김 프로그램은 참가한 재직자들의 스트레스 해소 및 긴장감 완화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한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건강한 몸으로, 평생학습을 통해서, 즐기는 일을 하며, 평안한 마음을 가꿀 책임과 권리가 동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