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회의서 한·일회담 안할 듯

강제징용 배상 등 민감한 주제
日, 선거 앞두고 논의하기 부담
한·미·일 3국 정상회담 열릴 듯
이달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당초 기대됐던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 참의원(의회 상원) 선거를 앞둔 일본 정부가 민감한 주제를 다뤄야 하는 한·일 회담에 소극적이라는 분석이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15일 “일본 정부가 NATO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일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독도 주변에서 해양 조사를 하는 등 정상회담을 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NATO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짧은 시간 만나거나 인사할 가능성은 열어놨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총리로서 (NATO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다”고 밝혔다.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한·일 회담이 무산됐냐는 질문에 “외교 문제는 정해지기 전에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며 “확정된 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외교가에선 “이달 말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할 때 양국 간 핵심 의제를 사전 조율해야 하는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다음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일본의 정치 상황이 정상회담이 미뤄지는 주된 요인으로 거론됐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과 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게 자국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안보실 관계자도 “(스페인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꼭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NATO 정상회의 기간에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2017년 9월 이후 4년9개월 만에 3국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 한·미 정상회담은 한 달 전에 대통령실에서 개최됐기 때문에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떤 형식이든 (한·일) 정상이 만나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아직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김인엽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