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규제환경 48위 '바닥'…국가경쟁력까지 23→27위로 갉아먹어

IMD, 국가경쟁력 평가

한국 종합순위 작년보다 4계단↓
정부·기업효율성·생산성 하락
기업 여건·노동시장 후진국 수준
사진=한경DB
한국의 규제 환경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 대상 63개국 중 48위로 평가됐다. 규제 측면에서 한국은 후진국 수준인 것이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 종합 순위는 지난해 23위에서 올해 27위로 떨어졌다. 해묵은 규제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MD는 15일 한국의 2022년 국가 경쟁력이 63개 조사 대상 국가 중 중위권인 27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에는 2020년에 이어 23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올해 순위가 4계단 주저앉았다. 이는 지난해 계량지표와 올 3~5월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한 한국의 상황을 근거로 평가한 것이다.
분야별로 보면 정부와 기업의 효율성이 추락했다. 정부 효율성은 36위를 기록했다. 작년에 비해 2계단 하락했다. 재정 분야 순위가 6계단 떨어졌다. 세부 평가항목 중 ‘미래에 연금이 잘 적립되는 정도’ 항목이 35위에서 50위로 크게 추락한 영향이 컸다. 국민연금의 기금 소진 우려 등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 환경 등을 의미하는 ‘기업여건’은 1계단 상승했지만 48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이 항목의 순위는 2013년 39위에서 2015년 45위, 2017년 48위 등으로 하락했다. 2019년에는 50위까지 추락했다. 2020년까지 10위권을 유지하던 조세정책은 작년 25위에 이어 올해 26위로 1계단 더 하락했다.

기업 효율성은 27위에서 33위로 떨어졌다. 경영활동 평가에서 8계단 하락했다. 이 중 기업가정신의 공유도가 35위에서 50위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과 생산성은 5계단 순위가 하락했다. 생산성의 경우 대기업의 국제 기준 대비 효율성 순위가 22위에서 35위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시장은 근로자의 동기부여도, 인재유치 우선도 등이 크게 낮아졌다.

경제 성과는 국내 경제가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8위에서 22위로 하락했다. 물가 분야 경쟁력이 49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인프라 분야는 17위에서 16위로 1계단 상승했다. 과학기술, 보건환경 분야 순위가 올랐으나 교육 경쟁력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국가 경쟁력 순위는 IMD가 매년 6월 세계경쟁력연감을 통해 발표하는 지표다. 163개의 통계자료와 92개의 설문조사 등을 종합해 ‘국가와 기업이 그들의 부를 증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역량’의 순위를 매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신흥국 등 63개국이 평가 대상이 됐다. 작년 64개국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바레인을 추가했다.

올해 국가 경쟁력 1위는 덴마크가 차지했다. 전년 3위에서 1위로 올랐다. 스위스, 싱가포르, 스웨덴, 홍콩, 네덜란드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10위, 캐나다는 14위, 중국은 17위다. 인구 2000만 명 이상 국가 중에선 대만이 7위로 가장 높았다. 최하위는 포퓰리즘 정권이 장악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차지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