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레전드' 3인이 밝힌 개발업 성공 스토리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개최한 '비전컨퍼런스'에서
정춘보, 문주현, 김승배 전현직 협회장 3인 토크쇼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 컨퍼런스룸에서 '코다(KODA) 비전 컨퍼런스'에서 눈길을 끈 건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 전·현직 회장 3인의 토크 콘서트였습니다. '디벨로퍼 레전드' 3인인 정춘보 신영 회장(1~2대 회장), 문주현 엠디엠 회장(3~4대 회장),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현 회장)가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큰 관심이었습니다. 이인영 한양건설 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쇼에서 이들은 허심탄회하게 개발업의 성공 노하우,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내용을 간추려 봅니다.

▶디벨로퍼로 시작하게 된 배경은.

(정춘보 회장)"오래전 일을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공무 중 일본 출장을 자주 가게 됐습니다. 1980년대 일본 고속성장기였고 개발 환경이 하늘을 찌를 듯 성장하는 시기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절대적으로 주택이 부족한 시기로, 건설산업은 주택산업으로 인식될 때였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이런 시장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공직을 그만두고, 없는 자본으로 부동산 개발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개발업을 부동산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거의 없을 때였습니다."

(문주현 회장)"회사 다닐 때 부동산 개발을 주로 해 개발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19980년 원룸 오피스텔에서 직원 한 명과 시작해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운명 같기도 합니다. 살아온 과정을 보면 '해야 하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적으로나 분위기적으로 그렇게 만든 것 같기도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고 희망을 갖고 계속 연구하면 기회가 있다는 점입니다."

(김승배 회장)"저도 문 회장님처럼 회사 나와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20년 동안 대형 건설사에 근무하면서 개발사업 본부에서 13년 근무했습니다. 마지막에 사업(영업) 부서에서 디벨로퍼 업무를 책임지는 역할을 했습니다. 주택개발사업을 계속하고 싶어서 회사를 나왔고 1년간 개발사업 아이템과 회사 운영 등에 고민했습니다. 뜻 맞는 지인들과 지금까지 회사 일구고 있습니다."

▶어려움 극복은

(정춘보 회장) "초기 사업이 순조로웠습니다. 대부분 잘 되는 시기가 지속됐습니다. 2000년 중후반 충북 청주 대농 방직공장(50만㎡)을 민간도시개발사업 1호로 인허가받아 사업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성장 과정만 거쳐 한 번도 실패를 겪어보지 않았습니다. 모두 흥분한 상태에서 과잉 투자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했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쓰나미가 덮쳤습니다. 초심 잃지 않고 원칙 준수하고 노력한 결과 도시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때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문주현 회장)"초기 시드머니 만들 때 어려웠습니다. 마케팅 전문적으로 해서 하나의 산업군으로 만들었던 시기입니다. 높은 가격에 팔아주고 잘 팔아서 4만가구 정도를 공급했습니다. 당시 분양 수익으로 1600억원가량 벌었습니다. 2000년대 초 분당 파크뷰 분양으로 소송에 휘말리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무죄 판결받았습니다. 억울하게 오해받았던 그때가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이런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개발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은 인허가 리스크가 가장 컸습니다. 정상적 인허가는 문제가 안 되는데 단체장이 규정에도 없는 분양가를 통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분양가 승인을 차일피일 몇 달씩 늦춰버리고 가격을 임의로 낮추는 게 힘들었습니다."

(김승배 회장)"회사 설립 초기인 2006년 경기 평택 용죽지구에 70만여㎡의 도시개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초 만들어진 도시개발법이 적용되는 초기였습니다. 당시 계산해보니 사업만 잘 하면 조단위 자산을 쌓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고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졌습니다. 금융이자 늘어나 금융비용만 1500억원이 들어갔습니다. 한 사업에서 거대한 금액을 금융비로 쓰고 여기까지 와서 웃고 다니는 사람 대한민국에 없을 겁니다. 사업은 사이클이 있습니다. PM(프로젝트 관리) CM(건설사업관리) 등 용역을 맡으면서 경비 충당하고 버텨냈습니다. 마지막 남은 학교 용지를 주거지로 전환해 분양하고 입주하면 2026년이 됩니다. 전체 사업 기간이 20년이라는 말입니다. 디벨로퍼는 길게 인내심을 갖고, 오랫동안 놓지 않고, 초심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성공 노하우는.

(김승배 회장)"실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실패하지 않으면 기회는 늘 있습니다. 사라지지 않으려면 늘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제로 베이스, 현장 중심, 역발상' 이 세 가지를 강조합니다. 새로운 눈으로 보고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해서 사업하면 공급이 넘치기 때문에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회원사와 동료사 중 역발상으로 사업하는 분이 많습니다. 생각을 거꾸로 해봅니다. 예컨대 1000가구 분양할 때 가장 늦게 팔릴 집이 어디냐를 먼저 고민하는 겁니다."

(문주현 회장)"프로젝트마다 로케이션(입지)과 공급 시기가 다릅니다. 그때그때 시장에 맞는 상품을 잘 만들어야 합니다. 환경분석과 시장 분석이 중요합니다. 남의 것을 카피해서 내놓는 것은 팔리긴 팔리지만 부가가치가 높지 않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좋은 상품에 아이디어 넣어서 부가가치 극대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우리가 선도적으로 해서 디벨로퍼 업을 진화시키고 기업적으로 부를 창출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긍정의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항시 위기는 있고 불안한 시기가 옵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하냐는 생각으로 계속 연구하고 고민하면 돌파구가 있습니다. 어려움은 다 극복하고 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한다는 자세가 성공 비결입니다."(정춘보 회장)"갑자기 옛날 생각이 떠오릅니다. 2000년대 초 요즘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활형숙박시설(서머셋 팰리스)을 서울 광화문에 공급했습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장기 체류 시설입니다. 완공하고 운영하는데 호텔협회에서 법률적인 토대가 없는 불법시설이라고 해서 소송을 걸어왔습니다. 대법원에서도 패소했습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각고의 노력 끝에 2012년 보건복지부에서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활형 숙박업' 조항을 추가하게 됐습니다.

디벨로퍼로 필요한 역량에 대해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인사이트를 갖고 글로벌 경제 흐름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도 내놨습니다.

레전드 디벨로퍼 세 분은 '역발상, 긍정마인드, 적극적인 자세'로 개발업에 임하고 사회적 책임을 갖는 후배 디벨로퍼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