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징어게임' 나올까… 與 '영상 제작비 세액공제' 연장 추진 [법안 스트리밍]

지난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된 드라마 <완다비전>는 제작비로 2664억원이 쓰였다. 제작사인 마블스튜디오는 막대한 제작비에도 경영 부담이 적다. 미국 정부가 제작비의 25%(666억원)를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공제해주기 때문이다

한국 사정은 다르다. 같은 제작비로 한국에서 <완다비전>이 제작됐다면, 대기업의 경우 제작사는 제작비의 3%(80억원)만 세액공제를 받는다. 이마저도 일몰제 탓에 세액공제 혜택은 올해 말 사라진다

제작비 세액공제 3년 연장 추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이 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올해 12월 31일 폐지될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조항을 2025년 12월31일까지 연장하는 게 골자다. 법안에는 배 의원을 비롯해 김기현 김상훈 임이자 유경준 의원 등 총 11명이 동의했다.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는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 제작비 중 일부를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조세특례법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10%, 중견기업은 7%, 대기업은 3%의 세액을 공제 받는다.

콘텐츠 경쟁 한창인데 혜택은 부실

그동안 방송업계에선 이 조항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컸다. 세액공제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데다 세액공제 혜택도 일몰 기간인 5년이 지나 올해 말 폐지되기 때문이다. 영화 산업이 발달한 주요 국가는 영상 제작비의 25~35%를 세액공제해준다. 미국은 넷플릭스 워너브라더스 등 대형 제작사에도 25%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영국도 영화나 TV 콘텐츠 제작비의 25% 공제를 지원한다. 프랑스는 30%, 호주는 40%를 세액공제 해준다. 제작비가 늘어난 만큼 공제해주는 세금도 커지기 떄문에 콘텐츠 제작에 부담이 한국보다 적은 구조다.

최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제도 개선 논의가 더 활발해졌다.

8000억원대 생산유발 효과도

세액 공제가 경제 유발 효과를 일으킨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방송콘텐츠 제작비 세제지원 정책세미나’에서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가 관련 내용을 분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세통계연보 기준으로 향후 4년간 세액공제를 통한 방송·영화·OTT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추산한 결과, 생산유발효과는 8438억원으로 집계됐다. 부가가치유발효과는 3382억원, 취업유발효과는 4499명에 달했다. 김 교수는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 공제 일몰을 연장하고, 세액공제율도 올려야 한다”며 “세제지원 대상을 외주제작비와 같은 제작투자비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계도 제도 개선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는 기획재정부에 '영상콘텐츠 세액공제 일몰 시한을 2025년까지 연장하고, 공제율을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0%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영상 제작비 세액공제 비율을 높이거나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 6개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배 의원은 2020년 7월 세액공제 비율을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0%로 확대하는 안을 발의한 바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