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아파트 특혜 의혹'…경찰, 성남시청 압수수색

부지 용도 '준주거지'로 변경 때
이재명 전 시장 개입 여부 조사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11월 경기 성남시 백현동의 ‘옹벽 아파트’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경기 성남시 백현동 옹벽 아파트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16일 성남시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성남시가 백현동 땅의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나 높여주는 과정에서 이재명 전 성남 시장이 관련됐는지 등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수사관 10여 명을 동원해 성남시청 도시계획과, 주택과 등 부서의 관련 서류와 자료를 압수했다. 경찰은 전날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자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김인섭 씨의 주거지와 민간 사업자 아시아디벨로퍼 관계자의 주거지 등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당시 사업 과정에서 용도 변경 인허가가 이뤄진 경위와 적법 절차 준수 여부 등을 캐고 있다.이번 압수수색은 감사원이 백현동 사업에 대해 지난해부터 조사한 끝에 ‘범죄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난 4월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을 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이 이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함께 수사 중이다.

대장동 개발과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백현동 개발은 11만1265㎡ 규모 자연녹지를 주택지로 바꿔 1233가구 규모 아파트를 지어 분양한 사업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전북으로 이전하며 매각한 부지를 부동산개발회사 아시아디벨로퍼 등이 사들여 개발한 과정에서,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나 토지 용도가 상향됐다. 전체가 민간임대로 채워진 당초 계획과 달리 2015년 11월 변경 인허가로 민간분양이 1110가구로 늘었고, 민간업자는 3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올려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아파트가 최대 높이 50m, 길이 300m에 달하는 뒤편 옹벽과 접해 건설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작년 5월 시민단체 성남미래정책포럼은 아파트 인허가 비리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국민의힘도 당시 성남시장으로 인허가권을 갖고 있던 이 의원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용도변경이 되지 않아 여덟 차례나 유찰된 땅이었는데, 시행업체에 이재명 후보 선대본부장이었던 김인섭이 들어가자마자 용도변경 검토 회신을 받고 수개월 뒤 용도변경을 해준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이 의원은 경기지사직을 유지하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원=윤상연/김진성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