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으로 14억 요트' 이재환, 2심도 집유

法 "업계 관행 용인될 수 없어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라"
회삿돈으로 20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이재환 전 CJ파워캐스트 대표가 2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는 이 자금으로 요트와 고급 수입차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는 16일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이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 전 부회장은 광고대행사 재산커뮤니케이션즈와 방송 송출 대행사 CJ파워캐스트 대표 등으로 일하며 회삿돈 총 27억여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이 전 대표는 요트 구매에만 14억원, 포르쉐·벤츠 차량 구매에 2억6000여만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 측은 재판 과정에서 “실질적인 1인 소유주인 만큼 본인 의사로 구입을 결정해도 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정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이외에도 가족들이 식사하거나, 동행할 수행비서를 고용할 때도 회삿돈을 사용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고용했던 수행비서 8명의 급여는 1억9000만원 수준이다. 이 중 수행비서 업무 일부가 회사와 관련이 있었던 점을 고려해 전체 급여 중 1억여원을 횡령액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1심 재판부 판단도 그대로 유지됐다. 유죄로 인정된 이 전 부회장의 횡령·배임액은 총 26억7000여만원이다.

재판부는 “14억원 규모의 재산을 구입할 때 대표이사 개인이 임의로 결정해서 처리하는 것은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요트를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거나 부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전 부회장이 횡령 자금과 손해액을 모두 배상한 것으로 보이고, CJ그룹 부회장직과 파워캐스트 대표이사직에서 모두 사임하는 등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은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건의 1심 변론이 종결된 지난해 9월 CJ 부회장과 CJ파워캐스트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재판부는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고 해서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며 “더욱 엄격하고 투명하게 자금을 집행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