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 '비관론' 확산…다우지수 3만선 무너졌다 [조재길의 글로벌마켓나우]

美증시 '항복' 조짐…예측 가능 경제 끝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긴축에 따라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란 비관론이 확산했기 때문입니다.

대표 지수인 S&P500지수는 전날 대비 3.25% 떨어진 3,666.77, 나스닥지수는 4.08% 급락한 10,646.10, 다우지수는 2.42% 밀린 29,927.07로 각각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지수는 작년 1월 말 이후 1년 5개월 만에 주요 지지선인 3만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Fed는 전날 통화정책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75bp(0.75%포인트) 올렸습니다. 1994년 이후 28년만에 가장 큰 폭의 인상으로 기록됐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6%(작년 동기 대비)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6일(현지시간) 3만선 아래로 내려갔다. 작년 1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Fed가 향후 고강도 긴축을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팽배했습니다.

사모펀드이자 벤처캐피탈인 토마브라보의 올란도 브라보 창업자는 “앞으로 더 큰 고통이 닥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특히 기술주가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브라보 창업자는 “고성장주의 수익성이 금리 인상기에 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고강도 비용 절감이 필요하지만 실행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갤럭시투자의 마이클 노보그래츠 최고경영자(CEO)도 “경기 침체가 임박해 있다”며 “경제가 붕괴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노보그래츠 CEO는 “주택시장 하락이 시작됐고 기업 재고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정리해고가 이어지더라도 Fed는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할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거품이 꺼지면서 증시도 추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에 -1.5% 역성장했다. 2분기 성장률 추정치도 계속 낮아지면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영국과 스위스중앙은행이 Fed 정책 결정 이후 기준금리를 올린 것도 시장 우려를 키운 요인입니다.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종전 1.0%에서 1.25%로 25bp 높였습니다. 작년 12월 이후 5회 연속입니다. 영란은행은 “올해 말 인플레이션이 11%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향후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15년만에 금리를 깜짝 올렸습니다. 그것도 50bp입니다. 스위스 기준금리는 종전 -0.75%에서 -0.25%로 바뀌었습니다. 시장에선 9월쯤에나 금리를 올릴 것으로 봐왔습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크게 뒤처졌다는 점을 각성하기 시작했다”며 “Fed와 스위스중앙은행의 정책 전환이 그 증거”라고 말했습니다.엘에리언 고문은 “강한 자국 통화로 잘 알려진 스위스가 한 번에 50bp나 올린 건 혁명적인 변화”라며 “예측 가능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세계가 종결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자산 시장이 ‘험난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2024년 1분기까지 침체에 빠질 확률이 71.7%"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제공
케이티 스톡튼 페어리드 창업자는 “주가가 너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저가 매수에 나서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선 과매도 신호의 의미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스톡튼은 “변동성지수인 VIX지수가 최소 38 위로 치솟고, S&P500지수는 3500 선까지 밀려야 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3200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경기 지표도 상당히 둔화한 모습입니다.

이달의 필라델피아연방은행 기업(비즈니스)지수는 -3.3으로, 전달의 2.6에서 하락했습니다. 이 지수는 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판가름합니다. 시장 예상치(4.8)도 많이 밑돌았습니다.
1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연방은행이 공개한 6월 기업경기지수는 -3.3으로, 전달의 2.6에서 크게 위축됐다. 필라델피아Fed 제공
지난달의 신규 주택 착공은 13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착공 실적은 전달 대비 14.4% 감소했습니다. 시장에선 2.6%만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로 국채 금리는 떨어졌습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28%로, 전날 대비 5bp 밀렸습니다. 2년물 금리는 연 3.14%로, 6bp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달러인덱스는 103~104선에서 약세를 보였습니다. Fed가 금리를 많이 올렸으나 유럽 등 다른 국가 역시 통화 긴축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의 신규 주택 착공 실적이 전달 대비 14.4%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상무부 제공
글로벌 공급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는 또 상승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 대비 2.27달러 오른 배럴당 117.5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1.30달러 상승한 배럴당 119.8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이란의 석유업체들과 중국 및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유령업체들의 네트워크를 제재했다는 소식에 유가가 반응했습니다. 이란산 석유화학제품이 기존 제재를 회피해 중국이나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로 판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입니다.

이란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및 이란산 원유의 세계 시장 출현 확률이 낮아졌습니다.

글로벌 원유 시장에선 수요 둔화보다 공급 부족 우려가 더 큽니다. 예컨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글로벌 원유 공급량이 하루 1억110만 배럴로, 수요(1억160만 배럴) 대비 하루 50만배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올 들어 급등세를 타왔다. 미국의 서부텍사스원유 가격은 최근 들어 배럴당 12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야후파이낸스 제공
이날의 ‘글로벌마켓나우’ 이슈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저가 매수 말라” ② 3개월만에 차값 또 올린 테슬라 ③ 러의 노골적 가스 무기화 ④ 대출금리, 14년만 최고치 ⑤ 스위스 ‘깜짝’ 금리 인상 ⑥ 엑슨모빌·셰브런의 반격 ⑦ “미 침체 확률 72%” 등입니다.더 자세한 내용은 한경 글로벌마켓 유튜브 및 한경닷컴 방송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